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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 경제보다 안보 우선 정책…국가안보책임자에게 외국 기업 단속 권한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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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 경제보다 안보 우선 정책…국가안보책임자에게 외국 기업 단속 권한 부여

FBI와 CIA 수장을 겸한 인물에게 외국 기업 단속 맡겨
FBI와 CIA 수장을 겸한 측근에게 외국 기업 단속 맡겨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경제보다는 안보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경제보다는 안보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의 최근 해외 기업에 대한 단속을 지켜보면 시진핑 주석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경제 성장보다는 안보다.

시 주석은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책임자에 천이신을 임명했다. 시 주석의 심복 가운데 한 명이다. 천이신은 미국 기업의 중국 지사 압수수색, 베인 컨설팅사 직원 체포 등 거침없는 행보로 글로벌 기업에 충격을 주고 있다.

천의 책임자 임명에서 읽을 수 있는 시 주석의 의중은 현시점에선 글로벌 투자자 및 기업에 대한 중국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공을 세운 기술 관료들 보다 그들을 견제할 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점차 공산당의 정치적 의제의 우선순위를 경제 발전에서 국내 안보로 옮겨 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 경제를 미국 및 기타 서방 국가 경제와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국내외의 자본주의 세력을 포용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당의 이데올로기적, 경제적 안전을 서방에 대항하여 수호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에서 기회를 엿보면서 종종 워싱턴의 뜻과 맞서며 베이징을 지지했던 미국 기업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 겸 CEO인 수잔 클라크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연설에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절대적인 안보를 추구하는 중국의 정책과 관행이 세계를 덜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뒤바뀐 우선순위


실제 일부 서구 기업은 기술 및 기타 민감한 분야와 관련하여 중국에서 연구 작업을 중단했다. 중국 주식 추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포함한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어 중국 내에서 문제가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익 감소와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지난해 급감한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가 앞으로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주식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를 측정하는 MSCI 중국 지수는 올해 초 고점 대비 20% 하락했다.

중국에 대한 투자 욕구가 약해지면 이미 내수 부진과 실업률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이 ‘보안관’이라고 부르는 보안 관리들은 중국의 기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 권력을 사용하겠다는 시 주석의 믿음을 공유하며 서구의 모든 것을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

중국 내 미국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베이징 소재 변호사 레스터 로스는 “보안관들은 외국인 투자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외국 기업이 제기하는 위협이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안보 및 국방 배경을 가진 여러 사람에게 경제에 관한 중요한 리더십 직책을 맡겼다. 몇 년 동안 베이징의 최고 정보 책임자였던 천웬큉은 작년 말 최근 수십 년 동안 현재 당의 24명 지도부인 정치국 위원에 합류한 최초의 스파이 수장이 되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싱크 탱크인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의 우궈광 선임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정치국의 다른 신입 위원들은 대부분 국방 관련 분야에 경험이 있다.

그들 중 정보 기술, 국유 기업 및 시장 감독을 포함하여 중국 경제의 핵심 부분을 감독하는 장쿠오큉 부총리는 중국의 주요 군사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시 주석이 임명한 안보 수장은 매파 중 매파로 알려졌다. 이미지 확대보기
시 주석이 임명한 안보 수장은 매파 중 매파로 알려졌다.


FBI와 CIA 수장을 겸임


공산당 내에서 시진핑의 강력한 법과 질서 집행자로 알려진 천이신은 10월 국가 안보부 장관으로 승진했다. 그의 막강한 파워는 미국으로 치면 연방 수사국(FBI)과 중앙 정보국(CIA) 둘 다 관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진핑 주석이 2000년대 저장성을 책임지고 있을 당시 천은 고위 보좌관을 지냈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을 덮치자 시 주석은 천을 파견해 도시의 엄격한 봉쇄 조치를 감독했다. 63세의 천은 또한 최고 지도자에게 충성하지 않는 중국의 보안 기구를 청소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천이 보안업무를 맡기 전까지만 해도 서구의 컨설팅 회사들은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았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 베인은 2020년 외국 기업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의 연구를 수행하지 않도록 경고를 받았다.

그래도 별도의 처벌은 받지 않았다. 베이징의 의사결정 구조를 잘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당시 조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변을 질책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더 강력한 제재와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판매에 대한 더 엄격한 제한이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되면서 시 주석의 결의는 더욱 엄격해졌다.

흑묘 백묘


보안관이 이끄는 확장된 외국 기업의 조사를 촉진하기 위해 중국 최고 입법부는 4월 말 중국의 방첩법을 확대하여 보안 당국이 간첩 혐의자의 수하물과 전자 장치를 검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4월 14일자 기사에서 중국의 인권 관행과 기술 발전에 대해 소란을 일으켜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해외 컨설팅 및 조사 회사를 지목했다.

지금까지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진 기업 중에는 상하이 사무소 직원이 최근 중국 경찰의 심문을 받았다고 밝힌 경영 컨설팅 회사인 베인(BAIN)과 뉴욕에 본사를 둔 실사업체 민츠 그룹(Mintz Group)이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자국민 일부가 간첩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금됐다고 밝혔다.

지난 주 중국 국영방송인 중국 중앙TV는 경찰이 상하이와 뉴욕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 캡비전(Capvision)을 급습하는 장면을 황금 시간대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지난 5월 8일 방송된 15분짜리 프로그램에서 주요 뉴스 방송사는 현재 수감 중인 정체불명의 국영기업 전직 연구원이 캡비전 직원들로부터 돈을 받고 전 고용주의 비용과 이익과 같은 정보를 제공하도록 권유받았다고 실토하는 화면을 내보냈다.

3월 말 시 주석이 직접 선택한 새 총리 리창은 전 세계 기업인과 정치인에게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4월 정치국 회의의 공식 성명은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외자 유치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최근 행보를 지켜 본 외국인들은 투자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흰색과 검은색을 철저히 구분하려 든다. 중국이 왼쪽으로 기울면 기울수록 더 많은 친구를 잃게 될 것이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