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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보안 이유로 의회 근처에 러시아 대사관 신축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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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보안 이유로 의회 근처에 러시아 대사관 신축 금지

호주는 보안상의 이유로 의회 근처에 러시아 대사관의 신축을 법으로 금지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호주는 보안상의 이유로 의회 근처에 러시아 대사관의 신축을 법으로 금지했다. 사진=AP/뉴시스
호주는 보안상의 이유로 러시아가 호주 의회 근처에 새 대사관을 짓는 것을 막는 법을 제정했다.

호주 의회는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호주에서도 러시아의 스파이 활동과 정치적 간섭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국회 의사당 근처에 러시아 새 대사관을 짓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15일(현지 시간) 처리했다.

◇호주 정부와 의회의 입장


호주 정부와 의회는 지난해 러시아 사이버 범죄자들이 미국 최대 건강 보험회사인 ‘메디뱅크’를 해킹하고 고객의 개인 의료 기록을 다크 웹에 내버린 혐의를 받자 모스크바에 단호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점증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해킹으로부터 호주도 안전할 수 없다고 본 때문이다. 호주는 미국, 영국 등과 함께 ‘파이브 아이즈’를 구성하는 국가로서 불법 해킹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사이버 보안에 경각심과 역량을 강화해 왔다.

호주는 NATO 이외 국가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장비, 훈련 및 지원을 가장 많이 제공한 국가 중 하나로,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된 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정부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부도덕한 침략을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로부터 보복을 초래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러시아가 호주 의사당 인근에 새로운 대사관 건설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호주 정부는 러시아가 현재 건설 중인 부지에서 러시아의 퇴거를 막은 지난 달 연방 법원의 소송에서 승소하자 법률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보안 기관의 전문적 조언도 힘을 발휘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의회에 너무 가까운 곳에 새로운 러시아 대사관이 주둔할 경우 발생할 위험에 대해 매우 분명한 보안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 법안이 대사관 부지에 대한 러시아 임대를 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고로 임대부지가 공식 외교 주둔지가 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조치를 한 것이다.

법안 처리에 앞서 앨버니지는 야당과 정부와 일치하지 않는 다른 의원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사전 설명이 있었고, 일부 기권과 반대가 있었으나 압도적으로 지지를 받아 법안이 처리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만, 상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총리가 법안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지 3시간 이내에 법안이 하원과 상원을 통과하면서 법률이 되었다. 이 법은 호주 국가 원수인 찰스 3세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헐리 총독이 직인을 찍으면 발효된다.

클레어 오닐 내무장관은 나중에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서 "스파이 활동의 범위와 사이트의 외국 간섭은 국가에 상당한 위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지도자들도 “우리는 우리나라에 대한 첩보 활동과 외국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민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행동할 것”이라고 법안 처리를 초당적으로 지지했다.

◇호주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신설 경위


러시아의 호주 대사관은 캔버라에 있다. 기존 대사관은 1950년대에 지었다. 러시아가 성장함에 따라 충분한 공간이 필요했고, 낡은 시설에 대한 교체의 필요성이 있었다.

러시아는 기존 대사관이 너무 작고 낙후되어 있다는 이유로 캔버라의 중심지역에 위치하여 호주 정부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캔버라 외교 구역의 땅을 임대하여 새로운 대사관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2008년 러시아가 야랄룸라 외교 관구에서 99년 임대를 부여받고 2011년 건물 단지 계획이 승인되었으나, 이후 건설 활동 부진했다. 조건에 따르면 러시아는 3년 안에 공사를 완료하기로 합의했지만, 계획된 단지에서 둘레 건물 하나만 지어졌다. 러시아는 이미 이 부지에 55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사관 임대를 관리하는 호주 수도 당국은 “미완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외교 공관으로 지정된 지역의 전반적인 미관, 중요성, 존엄성을 훼손한다”라는 이유로 임대를 종료했다. 러시아는 호주 연방 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최근 패소했다.

◇사건이 불러올 파장


러시아만 우선 문제가 되었지만, 중국의 사이버 해킹도 큰 관심사이다.

다만, 최근 중국과의 경제 교류 재개 등으로 앨버니지 총리는 러시아 부지 인근에 있는 중국 대사관 보안 문제에 대해서 아직 직접 말하지 않고 있다.

호주의 조치는 영 연방 국가인 캐나다에도 큰 관심과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캐나다는 선거 개입에 대한 논란이 지속 중이다. 호주 정부는 중국의 내정 간섭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 상태이다.

호주와 캐나다 등 자유 진영의 대표 국가들 사이에 권위주의 국가의 해킹과 도청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자유 진영 전반에서 유사한 견제행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보안 영역은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