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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AI가 만든 '지역 수제 맥주' 인기…개발 기간 절반으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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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AI가 만든 '지역 수제 맥주' 인기…개발 기간 절반으로 단축

미국에서 생성AI로 만든 지역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생성AI로 만든 지역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에서 맥주를 소규모로 생산하는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이 생성 AI를 활용해 개발한 'AI 지역 수제 맥주'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고 닛케이가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AI가 맥주 레시피를 제안하면서 상품 개발 생산에 걸리는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고 양조 책임자'가 담당했던 수제 맥주만의 맛 만들기에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미국 동부 보스턴의 바를 겸한 양조장 나이트시프트 브루잉(Night Shift Brewing)의 마이클 옥스턴 공동창업자가 대화형 AI '챗GPT'를 이용해 개발한 지역 맥주 'AI-P-A'를 출시했다. 나이트시프트는 지역 보스턴을 중심으로 연간 약 4700킬로리터의 지역 맥주를 제조-판매한다. 'AI-P-A'는 2022년 챗GPT가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기심'에 맥주 레시피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 개발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옥스턴 씨가 챗GPT에게 "인디아 페일 에일(IPA)의 레시피를 만들어줘"라고 했을 때, 첫 번째 대답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 평범한 레시피였다고 한다. 하지만 원료가 되는 홉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등 대화를 거듭할 때마다 레시피가 순식간에 개량됐다. "2시간 정도 만에 이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옥스턴 씨는 회고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생성 AI의 등장은 소규모 업체들에게 기술 활용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다. 지난 2월 2400캔을 한정 출시할 때 AI가 개발했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어필하자, 순식간에 히트 상품이 되었다. 알코올 도수는 7.5%다. 일반적인 IPA 중에서는 5~7.5%가 높은 편이지만, 실제로 맛을 보면 진한 맛과 쓴맛의 밸런스가 좋아 마시기 편한 느낌이라고 한다.

나이트시프트의 조 매쉬번 양조 책임자는 "처음 시도하는 맥주 스타일 등에서는 맥주 레시피의 기초가 되는 연구에 4~6주 정도 걸렸는데, AI를 활용하면서 이 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2개월 정도 걸리는 맥주 개발 제조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챗GPT의 활용은 각 지역 브루어리로 확산되고 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애트워터 브루어리(Atwater Brewery)는 지난 1월 '아트피셜 인텔리전스 IPA'를 출시했다. 뉴멕시코의 리오 브라보 브루잉(Rio Bravo Brewing)도 지난 4월 AI를 활용한 페일에일 신제품 '알고리즘'을 출시했다.

맥주 업계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즉각적으로 '해답'을 도출하는 AI 활용 가능성에 일찍감치 주목해왔다. 그동안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업체들이 개발이나 도입을 주도해 왔다.

덴마크의 맥주 대기업 칼스버그는 지난 2017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손잡고 원료와 효모 조합에 따라 결정되는 양조 후 맛을 AI가 예측하는 '맥주 지문 채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칼스버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맥주의 맛, 향, 색상, 거품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고 맥주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일본에서도 2017년 기린홀딩스가 미쓰비시종합연구소와 함께 AI를 활용한 맥주 양조 지원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2022년에는 삿포로맥주와 일본 IBM이 AI를 활용한 개발 지원 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테스트 운영 결과, 기존보다 원료 검토 시간이 75%, 시제품 제작 시 수정 시간이 50% 단축되는 효과가 있었다.

대기업들이 이러한 노력으로 개발 기간과 비용 절감을 꾀한 반면에, 소규모 업체들은 AI 도입에 뒤처져 왔다. 옥스턴은 AI 도입에 대해 "투자 대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챗GPT 등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의 등장은 자금력이 부족한 크래프트 업체들에게 기술 활용의 길을 열어줬다.

나이트시프트는 AI-P-A의 큰 인기를 바탕으로 생산량을 최초 계획보다 4~5배 늘려 올 가을에 재판매할 계획이다. 매쉬번은 AI 도입과 독창성의 균형에 대해, "AI는 개발 과정에서 일부만 담당하며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크래프트 메이커들에게 지속적인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양조장을 위한 AI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호주 기업 딥리퀴드는 QR코드를 통한 소비자 피드백을 자동 분석하여 개선 레시피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NOLA 브루잉 등 다양한 업체와 함께 시범 운용을 진행하며, 2023년 여름에는 일반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자 덴햄 데실바는 이전에 메릴린치(현재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시아 부사장으로 활약하다 2005년에 크래프트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2000년 이후 빠른 성장을 이어가, 현재 전체 맥주 시장 중 13%를 차지한다. 9000곳 이상의 크래프트 양조장이 있어 매일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데실바는 "시범 운영이 양조장의 영업이익률을 약 20% 상승시켰다. AI가 소규모 업체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