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금 소매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금 소매업체 중 하나인 다나카 기킨조쿠(Tanaka Kikinzoku)는 최근 며칠간 처음으로 1그램당 금 소매 가격이 1만엔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5일 1만 100엔에도 거래됐다고 덧붙였다.
일본 금 소매가격은 글로벌 현물가를 추종하고 있다. 금 현물가는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긴장 등 중국과 미국의 긴장으로 인해 상승 압박을 받아오고 있다. 또한 일본 금 소매 가격은 일본 당국의 구두 시장 개입까지도 불러일으킬 수준인 달러당 146.5엔이라는 엔화 초약세를 반영하고 있다.
일본중앙은행이 초완화 통화정책을 긴축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없는 한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유럽과의 금리 격차도 크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학자들은 일본 전역의 금 매장에서 18개월간의 상승 랠리를 이어지는 금 소매가격 움직임은 수년간의 디플레이션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전환되면서 리스크에 대한 일본인들의 태도가 급격히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재팬 캐터리스트 펀드(Japan Catalyst Fund) 자문위원이자 경제학자인 제스퍼 콜은 "일본인들이 금 사재기의 주요 동기는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을 시급하게 찾은 데에 있다"며 강력한 유인책이 없다면 금 자산으로의 현금 이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이 비엔화 자산이라는 사실이 도움이 되지만, 금 사재기 촉매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일본 가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연간 GDP의 약 4배에 달하는 2000조 엔 이상의 누적 자산을 갖고 있다. 이 중 약 절반은 현금과 예금으로 보유 중이다.
일본 증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제 저축을 다른 금융상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근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엔화가 앞으로 6개월 안에 달러 대비 155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은 엔화 가치가 수십 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엔화 표시 자산의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고객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미국 경제의 흐름, 중앙은행 정책 등이 모두 달러 표시 금 가격이 높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이 자리 잡고 있어 엔화로 금 사재기 행렬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만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 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 시장 규모가 작아 일본 금값 상승을 지나치게 중점을 두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금 사재기가 일반적인 추세가 아닐 수 있으며, 설령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되더라도 일본의 노인층은 행동을 바꾸지 않고 소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