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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美 전기차 시장 점유율 ‘뚝’…머스크 정치행보에 소비자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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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美 전기차 시장 점유율 ‘뚝’…머스크 정치행보에 소비자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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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로고. 사진=로이터
테슬라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빠르게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들의 공세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가 소비자 외면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 기준 테슬라의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약 44%까지 하락했다고 청정에너지 전문매체 캐너리미디어가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캐너리미디어에 따르면 테슬라는 여전히 미국 내 최대 전기차 브랜드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전체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흐름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특히 캐너리미디어는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내 정부효율부 장관직을 맡고 각종 논란성 정치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국과 해외 소비자 사이에서 반(反)테슬라 정서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트럼프 정부 참여와 관련해 일부 소비자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미국 내 일부 테슬라 오너들 사이에서는 차량에 ‘反머스크’ 스티커를 붙이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테슬라의 부진은 해외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기준 판매량이 전년 대비 46% 줄었고, 영국에서도 같은 기간 62% 급감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는 지난해 말부터 2개 분기 연속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델 노후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테슬라는 지난 몇 년간 차량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 캐너리미디어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 모델 수는 2012년 기준 20종 미만에서 현재 약 130종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을 제외하면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뿐 아니라 미국 전체 전기차 업계도 향후 전망이 어두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현재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입에 부과하는 관세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같은 조치들은 생산 차질과 소비자 가격 인상을 불러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공공 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도 삭감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선두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시장은 점차 다극화되고 있다”며 “포드, GM, 현대차그룹(현대·기아·제네시스)이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