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시진핑, 중국·중국인 궁지로 몰아간다

글로벌이코노믹

시진핑, 중국·중국인 궁지로 몰아간다

시진핑 치하에서 공산당은 이기고 있지만, 중국은 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치하에서 공산당은 이기고 있지만, 중국은 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시진핑 치하는 공산당에는 도움이 됐지만, 중국 시민들의 삶의 질과 중국의 미래에는 긍정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호주 로이 연구소가 발간하는 더 인터프리터는 4일(이하 현지 시간) 시진핑 치하에서 공산당은 ‘큰 정부’ 기조 아래 모든 영역에서 힘을 키우고 있지만, 이런 권한 강화가 외교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새로운 골칫거리를 양산하고 있으며, 중국 인민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혹은 앞으로 그럴 가능성은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이 연구소는 대부분의 글로벌 경제 예측기관들이 금세기 안으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때 반대의 전망을 내놓았다. 여전히 미국이 패권을 유지할 것이며, 중국의 국력은 커지기 어렵고 지연이나 후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그 전망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 부분 유사한 흐름을 보여 대외적 신뢰가 더 높아졌다.

호놀룰루 동서센터(East-West Center) 아시아 태평양 전략 및 안보 문제 선임 연구원인 데니 로이는 “시진핑 치하에 공산당은 이기고 있지만, 중국은 지고 있다”고 더 인터프리터를 통해 경고했다.

시진핑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


시진핑은 정권을 넘겨받은 후에 자신과 중국 공산당이 주도한 중국 사회가 미래 국제사회의 표준 모델이 되도록 국가를 개조하려고 했다.

고부가가치 산업 국가로의 변모, 기술 자립을 위해 '제조 2025'를 선포했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게 추진했다.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군대의 현대화를 강화하고,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도 확대했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키웠고, 중동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개선했다.

국내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반부패 운동을 통해 공산당의 명성을 되살리고 권한도 확대했다. 또한 공동부유를 주장하며 분열을 막고자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탄압도 강화했다. 특히 일국양제의 원칙을 앞세워 대만 통일을 내세웠다.

시진핑의 과업은 중국의 장기적인 발전과 번영, 최고의 강대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집권 기간에 G2 등극, 미국 GDP 70%선 돌파, 전 세계에서 가장 교역량이 많은 국가로의 성장 등 외형적으로는 큰 성취를 달성했다.

중국 공산당, 제2의 전성기 도래


시진핑은 자신의 집권 동안 권력 운용을 철저히 중국 공산당 중심으로 전개했다. 당이 권력의 중심이었고, 시진핑이 당 핵심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본인이 정책 틀을 잡는 가장 중요한 '핵심그룹'의 의장이 되고, 공산당의 중심으로서 개인 숭배를 확립함으로써 의사결정을 독점화했다.

시진핑의 이런 시도는 마오쩌둥이 중국에 초래한 재앙의 반복을 막으려고 했던 이전 지도자들의 노력을 무위로 돌렸다. 덩샤오핑이 권력 분산과 실용주의로 변화시킨 노선을 원래 위치로 되돌렸다. 시진핑은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찬양하고 자유주의를 비방함으로써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강화했다.

시진핑은 권력 운용 축을 공산당으로 넘겼다. 반부패 운동을 통해 공산당의 명성을 회복하고, 통치권을 정부에서 당으로 옮겼다. 중국은 공산당의 영도 아래 움직여야 한다는 신념 아래 전 분야에 감독권을 부여했다. 시진핑 집권 아래 중국은 당의 감시와 경찰력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 해결은 미지수


시진핑은 두 번의 임기 10년에 이어 3기 5년의 임기를 2023년 시작했다. 영구집권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적을 반부패 운동으로 척결했다. 도전할 수 있는 인물은 사실상 없다.

하지만 시진핑의 권력 독점과 공산당 우위는 도전에 봉착했다. 성장에 가려져 있던 너무 많은 과제가 한꺼번에 시진핑과 공산당 앞에 닥쳐왔다.

미·중 갈등과 기술 경쟁, 유럽연합(EU)의 구조적 경쟁자 규정, 인도와의 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교역의 하락,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부동산 산업 동요, 실업난, 인구 고령화, 중국 해외채권 부실화, 보조금으로 성장한 각종 산업 과잉생산과 구조조정, 지방 재정의 부실화 등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중국 중산층은 경제활동 봉쇄와 권위주의 강화를 피해서 이민을 모색하고, 일반 시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를 줄였다. 위구르인은 대량 투옥에 억압받는 민족이라는 자각이 커지고, 대만은 중국화를 거부하고 현상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자유 시장경제 질서의 탄압,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면서 사회 불안이 커졌고, 해외 고급 인력들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갑자기 전염병 제한을 해제한 후 두 달간 거의 19만 명의 중국인이 코로나로 사망해 전염병을 잘 처리했다는 주장도 정당성을 잃었다.

시진핑의 문제 해결 방식이 당장은 물론 장래에도 중국 경제와 사회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은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해 수출 확대와 부동산 건설에 계속 의존할 수 없다. 인구는 줄고 노동비용은 비싸지고 수출도 예전처럼 전 세계가 흡수할 여건이 아니다.

확실한 대안은 국내 소비에 더 의존하도록 경제 정책을 조종하는 것인데, 시진핑은 시장 주도의 모델에 거부감을 보여왔다. 공산주의 이념이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진핑 임기 중 중국은 시장이 경제활동을 좌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보다 정부가 통제하는 경제를 우선시해 왔다. 시진핑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에 탐닉하는 한편 더 혁신적인 민간 부문은 탄압했다.

경제 문제에 대한 당의 감독이 강화된다는 것은 개별 기업의 의사결정이 정치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엘리트들은 생산성 추구에서 이제 시진핑 사상 연구에 관심을 돌리도록 강요받고 있다.

국제 문제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을 세계 패권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세계 경제, 정치, 군사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EU, 일본, 인도와의 관계 악화, 국제적 고립을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한·미·일 삼자 협력,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규제는 모두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반응이다.

시진핑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 재임 동안 중국의 엘리트들은 불편한 진실에 직면해야 한다. 시진핑과 공산당에 좋은 것이 중국과 중국 인민에게 좋은 것이 될지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

중국 장래는 1~2%, 3~5%, 5% 이상 등 세 가지 GDP 성장률 시나리오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최악은 1~2% 성장률이다. 이는 중진국의 늪에 빠지거나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향력은 격감한다. 3~5%는 현 수준의 연장이다. 5% 이상은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대부분의 글로벌 전문가들은 1~2%, 3~5%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둔다. 외교적 고립의 길을 밟고 블록화를 강화할 경우 더 빨리 1~2% 수준에 빠져들게 된다. 흔들리는 G2, 중국의 후퇴로 이어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