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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무역의존국, 美경제와 격차 심화…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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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무역의존국, 美경제와 격차 심화…이유는?

중국 상하이 항만 부지에 적재되어 컨테이너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하이 항만 부지에 적재되어 컨테이너들.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는 뚜벅뚜벅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뒤에 뒤처져 따라가는 모양새다.

전 세계 주요 경제국들을 앞서는 경제와 뒤처지는 경제로 나누는 촉진 요인이 '무역 둔화 현상'이라고 본다. 즉 무역 둔화가 다른 요인들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무역 흐름의 퇴조는 G20 국가들 사이 성장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무역흑자를 달성해 온 '대외지향적' 경제 국가들이 손해를 보고 있으며, 지금은 미국이나 인도의 성장보다 뒤처지고 있다. 미국이나 인도의 거대 시장은 역사적으로 다른 주요 경제 국가들에 비해 내수 성장에 더 의존해 온 시장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상품 교역은 전 분기에 비해 감소했으며, 지난해부터 시작된 감소세가 확대되며,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초기 지표에 따르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연간 6%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인도 경제 또한 지난 2분기 7.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유로존 성장은 지난 분기 간신히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아프리카 국가들 경제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의 성장 경로 아래 둔화되고 있다.

무역 부진은 고금리와 생활비 상승, 글로벌 상품 부족 완화에 따른 기업 재고의 급감 등 많은 일시적인 요인들을 반영한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률 둔화, 서구의 보호무역주의 산업정책, 그리고 지정학적 경쟁의 활용 수단으로 기술 수출통제에서 해외 직접 투자심사에 이르기까지 확대되어 가는 경제 조치와 같은 장기적인 변화에 기인한다.

베렌베르크 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앞으로 세계 무역은 역내 지역에서의 교류가 더 많이 일어나면서 세계화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상품 무역에서 서비스 무역 쪽으로 옮겨갈 것이며, 제조 강국인 독일이나 중국을 희생시키면서 IT나 기타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이나 인도와 같은 경제에 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무역의 위축은 스마트폰과 기계 제조업체에서 해운업체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시작된 제조업 불황을 고착화시키며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팬데믹 공급망 위기가 완화된 이후 제조업 중심의 경제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팽창했던 수십 년간의 세계 무역 시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프랑크푸르트 나틱시스(Natixis)의 디르크 슈마허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긴장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변화와 같은 외부 사건으로 인한 글로벌 제조업 부문과 에너지 공급망의 큰 변화로 무역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그 산업이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에게는 특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이 독일은 18%, 미국은 11%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 경제는 생산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S&P 글로벌이 집계한 구매 담당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8월 세계 제조업 생산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S&P에 따르면, 글로벌산업 불황은 드물며, 2012년 유로존 부채 위기 이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뿐이다.

증가하는 자금 조달 비용은 무역을 약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지난 18개월 동안 역사적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기업들이 보유한 잉여현금이 급격히 줄어들어 투자와 무역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은행들 또한 신용 평가를 엄격하게 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과 투자 또한 압박을 받고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달러 금리의 급격한 상승과 달러 강세 또한 중요한 무역 금융을 짓누르고 있다.

공식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8월 수출은 1년 전보다 8.8% 감소한 반면, 수입은 7.3% 감소했다. 이것은 무역 거래 제한, 소비자 수요 부진, 그리고 상품 및 다른 원자재 수입을 위협하는 부동산 부문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제 일본과 한국 두 수출국가의 무역 거래가 감소하는 것처럼 무역 둔화세가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서 유연하고 보다 국내 경제에 집중하는 미국 경제는 특이하다 할 정도다.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징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견고하며 제조업 생산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고객과 가깝고 저렴한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세우면서 공장시설 투자 급증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함부르크 등 유럽 주요 항만에서는 상반기 컨테이너 처리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가까이 감소해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로테르담의 상반기 컨테이너 처리량은 약 8% 감소한 반면 벨기에의 주요 항만 운영사인 앤트워프 브뤼헤는 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앙헬 탈라베라는 "올해 유로존 상품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정체되면서 지속적인 회복세는 2024년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무역 트렌드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종 세계 무역의 선도자로 칭하는 덴마크의 거대 해운회사인 A.P 몰러-머스크는 지난달 컨테이너 운임이 급락하는 가운데 2분기 실적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세계 해운 수요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징후들도 있다.

최근 몇 달간 일본과 중국에서 자동차 수출의 급증이 예상보다 강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아시아 무역의 핵심 약세 요인인 반도체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바닥을 다졌을 수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주문이 부족한 가운데 수주 물량이 고갈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산업 생산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 물가는 여전히 높고 금리는 세계 금융위기 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9월 주요 중앙은행들은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차입 비용이 당분간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흑자국과 적자국이 생기겠지만, 무역 위축은 전반적으로 부의 창출이 느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세계 성장률은 올해 2.4%에서 내년에는 2%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2020년을 제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역대 증가율이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