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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연준·월가, 통화 정책 놓고 '치킨 게임' 재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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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연준·월가, 통화 정책 놓고 '치킨 게임' 재돌입

연준 "고금리 상당 기간 지속" vs 월가 "금리 인상 종결 내년 인하 베팅"
월가 올해 말 PCE 지수 1.9%로 하락 전망…연내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50%에 그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월가가 향후 통화정책을 놓고 또다시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 연준은 연내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고, 내년에도 고금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연준의 주장을 믿지 않고,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고, 내년에 서둘러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 시간) “연준과 금융 시장이 이제 익숙한 춤을 추고 있다”면서 “지난 18개월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 과정에서 드러났던 다이내믹이 지난주부터 다시 드러났다”고 전했다.

연준은 지난 20일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하면서 올해 한 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연준은 또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인 점도표를 통해 내년도 금리 예상치를 기존 4.6%에서 5.1%로 올렸다. 이는 곧 연준이 통화 긴축 정책 기조를 내년에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고금리 상태를 상당 기간 유지해도 미국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지 않으면서 경기가 서서히 냉각될 것이라는 게 연준의 판단이다.

FOMC 위원들은 올해 말 금리를 직전 전망과 같은 5.6%(이하 중간값)로 예상했고, 내년 말 5.1%(6월 전망치 4.6%), 2025년 말 3.9%(6월 전망치 3.4%), 2026년 말 2.9%(6월 전망치 없음)로 각각 예상했다. 2027년 이후 장기적으로는 2.5%를 예상했다.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직전 3.2%에서 3.3%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1.0%에서 2.1%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연말 실업률 전망치는 직전의 4.1%에서 3.8%로 낮췄다.

하지만 금리 선물 시장의 판단은 연준과 다르다. 로이터는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올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50%가량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또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연준이 5.1%로 예상한 것과 달리 금리 선물 시장은 4.65%로 본다.

연준과 시장 간 괴리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이 연준의 예고와 정반대로 금리 인상 종결과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 개인의 소비 지출과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이것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금융 시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뚜렷하게 내려가고 있다. 미국의 8월 PCE 지수는 29일 나온다. 연준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지수를 통화정책의 지표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8월 근원 PCE가 1년 전보다 3.9% 증가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의 7월 PCE 가격 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3.3%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6월(0.2%)과 같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6월(3.0%) 대비 소폭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 전월보다 0.2% 각각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6월과 같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6월(4.1%) 대비 소폭 오른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의 PCE 가격 지수는 2022년 여름에 7%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그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연준은 물가 압박 요인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월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프레스톤 칼드웰 모닝스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올해 말에 PCE 가격 지수가 1.9%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고금리·고물가 사태 속에서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월가는 미국 경제가 모멘텀 상실과 일자리 증가 둔화로 연준이 올해 추가 긴축 조처를 하기 어렵고, 내년부터는 다시 금리를 내리는 ‘피벗(pivot)’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글로벌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투자 메모에서 “연내 금리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고,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1%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