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점유율 확대 포석

디즈니는 보유 중인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 지분을 매각하는가 하는 한편, 경쟁사인 컴캐스트로부터 훌루(Hulu) 지분 33%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2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미국의 인기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두고 거대 언론사 간의 뜨거운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디즈니는 2일 성명을 통해 그 남은 지분을 12월 1일까지 86억 달러를 지불해 인수하며, 이는 훌루의 시장 가치를 275억 달러로 평가한 것에 기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훌루의 시장 가치 평가를 위한 협상을 전제로 최저 가격일 뿐으로 2024년에 그 평가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컴캐스트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로버츠(Brian Roberts)는 훌루가 6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훌루의 평가 가치가 얼마이든 간에 다시 돌아온 디즈니 최고경영자 밥 아이거는 비용 절감의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투자자인 넬슨 펠츠는 최근 디즈니 지분을 늘려 이사 추천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만약 디즈니가 컴캐스트에 86억 달러를 지불한다면 약 3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훌루의 평가액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디즈니의 대차대조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Only Murders in the Building'과 'The Bear'와 같은 쇼 프로그램의 본거지인 훌루는 디즈니가 블록버스터인 21세기 폭스사 인수를 통해 그 지분을 67%로 끌어올린 2019년 이후로 답보상태에 있다.
컴캐스트 측은 성명을 통해 "사업의 남다른 가치를 반영할 것으로 기대하는 평가 과정과 훌루의 공정한 시장 가치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컴캐스트의 최고경영자 로버츠는 훌루를 '킹메이커의 자산'으로 보고 있다. 컴캐스트는 디즈니와의 협상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표현했지만, 관련 업계에선 두 회사가 훌루의 가치를 두고 크게 다른 평가액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버츠는 지난 9월 골드만삭스와의 회견에서 "만약 모두 처분한다면 실제로 모든 훌루 콘텐츠 구입을 위해 희망자들이 대거 줄을 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훌루는 현재 약 48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훌루에 대한 공동 소유 지분 구조는 디즈니와 컴캐스트 사이에 수년간의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게 만들었다. 즉 이들은 각자의 개별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를 두고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의 구원투수로 다시 돌아온 밥 아이거는 올 2월까지만 해도 훌루가 디즈니에 필수적이지 않고, 그 프로그램도 차별화되지 않은 것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그 견해를 번복해 훌루를 붙잡아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에 통합할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