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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금리차에 엔캐리 거래 횡행에 글로벌 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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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금리차에 엔캐리 거래 횡행에 글로벌 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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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14일자 2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기대됐던 일본이 긴축 완화를 계속 이어가면서 엔저 시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시중에서 ‘엔캐리(Yen carry) 거래’가 횡행하며 미국 등 국채 시장이 요동칠 기미가 보이고 있다.

1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엔화 값이 16년 만에 100엔당 860원대로 떨어졌다. 미국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메시지가 나왔지만, 일본은행이 이어서 마이너스 금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금리 환율로 인한 엔캐리 거래가 횡행하며 엔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캐리 거래(carry trading)란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엔캐리 거래란 마이너스 금리인 엔화를 빌려서 금리가 높은 통화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한다.

대부분의 엔캐리 거래는 기축통화 중 가장 가치가 높은 달러나 채권 시장 등으로 진행이 되는데, 만약 엔캐리 거래가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엔화 이외의 통화를 사려는 흐름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엔화는 하향을 타게 된다.
엔캐리 거래가 횡행하는 이유는 연이율 5%라는 수익률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월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였는데, 당시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0.35%에 불과했기 때문에 엔캐리 거래가 매력이 없었다. 그러나 3월부터 미 연준이 매파적 조치로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5.5%까지 끌어올리면서, 미·일 금리차는 순식간에 5.6%까지 벌어졌다.

기본적으로 엔캐리 거래는 투자자의 리스크가 어느 정도 있는 거래로 여겨졌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거래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글로벌 경기와 관계없이 현행 마이너스 금리를 계속 이어나갈 기조를 밝힌데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면서 일본 금리와 미국 금리가 계속해서 차이가 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엔캐리 거래는 자취를 감췄지만, 이제는 안정적이고 확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대대적인 엔캐리 거래가 진행되면서 국채 시장은 물론 글로벌 투자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일본은행이 금리 조정의 일환인 수익률곡선제어(YCC)의 수정을 시사하고,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거둘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에서 미국으로 투자된 엔캐리 자금이 대대적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로 인해 미 국채에 투자될 자금이 일부 청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채권가격 하락을 예상한 단기투자자금의 수익률 급등락이 언급되기도 했다. 또 9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임금 인상을 동반한 물가 상승이 지속된다는 확신이 들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가능하다”고 밝히자 뉴욕증시에서는 한때 엔캐리 자금 대탈출의 우려로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더욱이 지정학적 요소로 인한 변수도 있다. 지난달 17일 로이터 등 외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격화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5000억 달러 회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안전자산이 된 엔화에 비해 위험자산인 고수익 통화 등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캐리 청산이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유럽 등 서방국의 채권과 주식시장에 찬물이 예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종료하더라도 고금리 장기화로 달러 가치가 당분간 횡보세를 보일 전망인 가운데, 일본이 매파적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흐름보다는 일본 금융시장의 긴축이 언제 시작될지에 따라 횡행하고 있는 엔캐리 거래가 종료될지 결정이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