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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도산’ 잇는 日낙농가…유제품 가격 상승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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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도산’ 잇는 日낙농가…유제품 가격 상승에 전전긍긍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낙농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역대급 엔저로 인한 식품 업계의 타격이 그 이유로 손꼽히고 있지만, 수년 동안 이어져 온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 속에 일본 낙농가가 줄도산 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17일 발표한 일본 중앙낙농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경영 상황이 적자라고 밝힌 농가는 전체의 84.7%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이유에 대해서 사료값 상승(97.5%), 송아지 판매가 하락(91.7%), 연료비·광열비 상승(85.4%)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폐업 낙농가도 줄을 잇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영농 유형별 경영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5년간 폐업한 낙농가는 2700여 농가이며 신규 진입한 농가는 830여 농가에 불과해 낙농업 자체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요인으로 고령화, 후계자 문제 등이 43.7%를 차지했다.

풍부한 생산력이 자랑이었던 일본 낙농업이 악화 일로를 걷는 것은 수년 째 계속되고 있는 저금리로 인한 엔저와 원자재값 폭등이 주 원인으로 손꼽힌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10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엔저까지 맞물리면서 가축 사료값이 1.5배에서 최대 2배까지 뛰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목장 운영비 중 50%를 사료값으로 지출하는 낙농가에게는 직격탄이다. 일본은 대표적으로 밀 등 곡물 자급력이 뛰어난 국가로 손꼽히지만 사료 수입량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기본 식자재 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서 엔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료를 수입해야 하는데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제조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사라지자 제조 위탁업체들도 줄도산을 맞고 있다. 수출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며 시가총액을 늘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낙농업계는 경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원유 가격을 기존 120엔에서 140엔으로 올리는 결단을 내렸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한 내수경기 빙하기가 도래하면서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유와 버터 등의 가격이 상승했으며 설상가상으로 기후 악화 등으로 인해 우유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유제품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올해 초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0년 가격을 100으로 한 각 품목의 수치 중 98.6인 버터를 제외한 15개품목에서 100이상을 기록했으며, 우유와 치즈가 꾸준히 상승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낙농업을 살리기 위해 낙농가 효율화에 필요한 기계 리스 비용, 축사 신설 비용 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일본 정부는 자국 내 부족한 버터를 수입을 통해 보충하기 위해서 자국 버터 생산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1만톤 수준의 양을 추가 수입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원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 낙농업계의 고루한 문제인 고령화 문제와 후계자 문제,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궂은일을 피하려는 세태와 초 고령화 사회로 돌입한 일본의 계속되는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자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를 법률화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고 있다. 일본농업연구소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낙농업계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한 낙농 생산 규모 확보를 위한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라며 “유통업자와 생산자, 소비자가 업계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