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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서방제재발 경제위기’ 처음으로 인정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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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서방제재발 경제위기’ 처음으로 인정했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킨 뒤 직면해 온 서방의 고강도 경제제재 조치의 여파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2월 침공한 후 무려 1년 9개월 만이다. 서방의 제재로 인한 충격파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나선 곳은 다름 아닌 크렘린궁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 붕괴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지금은 위기를 극복해 러시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러시아 경제, 지난해 위험했지만 이젠 극복”


페스코프 대변인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뒤 쏟아진 서방의 경제제재 조치로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 붕괴 위기에 처한 결과 모든 자원을 동원해 붕괴를 저지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면서 “그러나 국가적인 극복 노력 끝에 현재는 러시아 경제가 다시 성장 국면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2.2%를 크게 웃도는 성장률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위대한 지도자와의 통찰력과 현명한 결정이 없었다거나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같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서방 제재를 극복한 것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으로 돌렸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페스코프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서방 경제제재 조치로 인한 피해가 없었다고 러시아 정부가 주장해 온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며 “서방 제재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적어도 한때 심각했음을 뒤늦게나마 시인한 셈”이라고 전했다.

경제전문가들 “장밋빛 주장”


그러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경제가 서방 제재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고 성장국면으로 다시 돌아섰다는 크렘린궁 대변인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특히 러시아가 내년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약 6% 수준인 10조 8000억 루블(약 150조 원)로 대폭 증액키로 한 것은 러시아 경제를 옥죄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GDP 대비 국방예산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2.7%에 그쳤다.

인플레이션과 루블화 추락 등 산적한 경제 위기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에서 재정을 국방 분야에 이같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쏟아부으면 경제가 성장하기는커녕 경제 몰락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유명한 이고르 리프시츠 러시아 국립 고등경제대학교(HSE) 경제학과 교수는 크렘린궁의 입장은 장밋빛 환상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리프시츠 교수는 로이터통신과 지난 17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크렘린궁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러시아 관리들이 푸틴 대통령을 기분 좋게 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면서 “러시아의 실제 경제 상황은 크렘린궁이 밝힌 것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경제가 회복세를 맞았다는 근거로 러시아 정부는 GDP 증가율이 지난 3분기 5.5%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를 웃돌았다고 최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리프시츠 교수는 “그 발표가 사실이라면 러시아 근로자들의 임금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어야 하는 게 맞지만, 대다수 러시아 국민의 임금은 매우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도 루블화 약세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5%까지 끌어올리는 조치를 취했으나 그것이 얼마나 실효적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국민을 빚더미에 앉히는 결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