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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진영, 새로운 세력 ‘글로벌 사우스’와 연대 강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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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진영, 새로운 세력 ‘글로벌 사우스’와 연대 강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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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회원국들의 국기. 사진=로이터
미·중 갈등 고조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는 전쟁과 함께 질서 재편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이제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체제가 아니라 다극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주목해야 할 글로벌 세력의 한 축은 남반구 국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글로벌 사우스’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이들은 영향력이 커지자 기존 국제질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주요 7개국(G7)의 GDP는 이 기간에 약 70%에서 약 40%로 줄어 영향력과 실력이 격감했다.

자유 진영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글로벌 질서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가 서방 국가들과 연계할 것인지, 중국·러시아와 연계할지에 따라 세계 역학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글로벌 사우스의 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고, 국제질서의 혼돈은 증가하고 있다.

자유 진영이 주도하는 글로벌 질서가 유지되려면, 글로벌 사우스에 포함된 나라들이 자유 진영을 지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조사부문 최신조사(2023년 3월)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난하거나 자유 진영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세계 인구의 약 36%에 불과하다. 침략한 러시아를 지지하는 국가가 약 33%, 중립이 약 31%를 차지한다.

이 조사를 근거로 보면 세계는 자유 진영, 중국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권위주의 진영, 중립 진영 등 3극으로 갈라져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그간 글로벌 질서를 주도한 자유 진영의 명분과 영향력이 점차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조사에서는 러시아를 비난하거나 자유 진영으로 기운 나라가 131개국이었지만, 최신 조사에서 122개국으로 줄었다.

반대로 러시아를 지지하는 국가들은 29개국에서 35개국으로 증가했다. 새로 러시아를 지지한 6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란, 우간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볼리비아 등 모두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다.

글로벌 사우스가 왜 전쟁을 촉발한 러시아을 지지하는 배경에는 자유 진영에 대한 강한 불만과 분노가 있다.

첫째, 기존 글로벌 질서가 미국과 유럽 주도로 운영되고 있어 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예를 들어 유엔 안보 이사회의 경우, 거부권을 가진 5개의 상임이사국 중 3곳을 미국과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

둘째, 자유 진영에서 러시아 제재를 가하면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이들 글로벌 사우스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노도 작용 중이다.

셋째, 자유 진영의 임의적인 가치 판단에 대한 불신이다. 시리아나 예멘에서 분쟁으로 많은 사상자나 난민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자유 진영의 주요 국가들은 해결에 전력을 쏟고 있지 않다. 자유 진영의 이해와 상관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침략을 당한 직후, EU의 안정이 위협을 받자 세계 각국에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이중적 잣대’라고 비판한다.

넷째, 과거 역사를 둘러싼 글로벌 사우스가 가지고 있는 분노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에는 한때 유럽 열강들에 의해 식민지화된 나라들이 적지 않다. 그 결과 민족 분포와 무관하게 자의적으로 국경이 결정되거나 산업 구조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수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이러한 ‘과거의 유산’으로 고통받고 있다.

물론,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는 약 120개 국가들이 모두 한 묶음으로 통일 세력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크게 세 가지 세력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세력은 반미·반유럽 색이 짙은 나라들로, 대표적인 국가는 이란이다.

둘째는 자유 진영에 가까운 입장을 보이는 나라들로, 최근 급격히 자유 진영 쪽으로 가까워지는 인도나 미군 주둔을 받아들인 필리핀 등을 들 수 있다.

끝으로 세 번째 세력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국이다. 대다수가 이 세력에 속한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인도네시아도 이 세력에 포함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자유 진영 주도 국가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반미·반유럽세력이 글로벌 사우스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러한 질서를 만들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내세우며 반식민지주의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한발 늦었지만, 자유 진영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래 ‘미국 우선주의’ 외교기조에서 탈피하고 주요 자유 진영 회원국들과 더불어 글로벌 사우스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식량과 에너지, 기후 변화 문제로의 협력을 통해 신흥·개도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질서를 보존하고 확산하기 위해 트럼프 전 정부 당시의 폐쇄적 외교정책을 전환하고 중남미, 태평양 도서국가, 아프리카,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21년 9월 중남미 13개국 정상들과의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기후 변화, 경제 발전, 이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2022년 7월에는 1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태평양 도서국가들을 상대로는 지난 2021년 11월 5억 달러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2년 8월에는태평양 도서국가 정상들과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아프리카 지역 역시 지난 2021년 10월 아프리카 10개국 정상들과의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2022년 6월에 15억 달러 규모의 민주주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글로벌 사우스 전체를 대상으로 2021년 12월에는 45억 달러 규모의 민주주의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 7월에는 6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2030년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자유 진영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인도와 인도네시아, 이란,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글로벌 사우스의 GDP가 커지면서 이들의 불만과 분노를 충분히 해소해 주지 않으면 세계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곤욕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들과의 협력에 큰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바이든이 권좌를 유지하면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 기조는 강화될 것이지만, 트럼프가 당선할 경우 이런 지원과 협력은 대부분 힘을 잃고 다시 권위주의 국가의 세력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향후 국제 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자유 진영 국가들은 권위 주의 진영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상황을 저지하려면 글로벌 사우스의 불만을 해소하고, 이들을 우군화하는 연대 구축에 더 많은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