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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주정부 차원 ‘금본위제 도입’ 움직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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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주정부 차원 ‘금본위제 도입’ 움직임 확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금본위제가 되살아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연방정부 차원은 아니고 주정부 차원에서 금본위제를 다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달러화를 찍어낼 권한을 독점적으로 지녀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해 온 미국의 중앙은행, 즉 연방준비제도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움직임이다.

오클라호마와 미주리 주의회에 올라온 법안


25일(현지 시간) 원자재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의 오클라호마주와 미주리주가 통화정책에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관심을 끈다.

두 지역의 주의회에서 금과 은을 거래하거나 투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현행 주법률을 뜯어고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42개 주에서 금과 은의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적용하는 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두 주까지 가세하면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세금 부담 없이 금과 은을 자유롭게 유통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오클라호마주와 미주리주의 행보에 더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추진되는 관련법 개정안에 소득세만 없애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재 투자상품으로만 취급되고 있는 금과 은에 법정통화의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했다.

만약 금과 은을 법정통화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금과 은이 달러화와 동등하게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시대가 열림을 의미한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양도소득세를 없애는 조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금과 은을 법정통화로 지정하는 조치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경우 달러화로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연준의 현행 시스템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점점 커지는 ‘금본위제’로의 복귀 가능성


주정부 차원에서 금본위제가 도입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닌 과거로 돌아가는 셈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종이로 발행되는 현행 달러화만 법정화폐로 인정했던 것은 아니라서다.

금본위제란 정부가 찍어낼 수 있는 화폐의 규모를 은행이 보유한 금의 규모와 연동시켜 제한하는 대표적 방법으로 지난 1879년에 도입했던 제도다. 미국 재무부는 금본위제 시대로 불리는 1879년부터 1914년까지 1온스의 금을 21달러와 동등한 화폐로 인정해 유통시켰다.

금본위제가 사라진 계기는 고전적인 의미의 금본위제가 1차 세계대전으로 막을 내린 것과 관련이 깊다.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정부가 금 보유량과 연동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많은 돈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연준이 출범해 종이 화폐 중심의 통화정책으로 전환한 것도 1차 대전이 끝난 뒤다.

금본위제는 법정화폐를 은행에 금이 있는 만큼만 찍어내도록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장단점이 있고 이 때문에 항상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금본위제의 장점은 금 자체가 희소 가치가 큰 실물자산인데다 금 보유량에 맞춰 통화가 공급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억지하는 능력이 있다. 또 금본위제하에서는 정부가 세금을 올리거나 금을 담보로 외국에서 빚을 끌어오지 않는 한 마음대로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빚 상환을 위해 무작정 화폐를 찍어내는 일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금본위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금 보유량에 연동시켜 통화를 공급하는 것은 종이 화폐를 찍어내는 것만으로 손쉽게 정부 재정을 늘리는 시스템에 비해 위기 대응에 불리하다.

연방기관인 연준은 금본위제가 되살아나면 통화정책을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금본위제로의 복귀에 당연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년 11월 치러지는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관측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변수라는 지적이다.

그는 첫 백악관 입성을 가능케 한 지난 2016년 대선 과정에서 “금본위제로 되돌아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달러를 받쳐줄 금본위제는 훌륭한 제도”라고 말해 금본위제로 복귀할 시점이 됐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