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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자동차 시장 日, 안방 시장 수입 EV에 내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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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자동차 시장 日, 안방 시장 수입 EV에 내주는 이유

2022년 3월 30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콕 국제 모터쇼에서 도요타 EV 자동차가 전시됐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3월 30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콕 국제 모터쇼에서 도요타 EV 자동차가 전시됐다. 사진=로이터
‘EV의 늪’으로 불렸던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EV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정작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가 지원 정책 등도 없어 올해도 일본산 EV 신차 출시가 전무한 상황이라 안방 시장을 수입 EV에게 눈 뜨고 넘겨주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은 2023년 자국 시장에서 수입 EV 판매대수를 전년 대비 60% 증가한 2만2890대로 집계했다. 5년 연속 증가한 사상 최고 판매량이다. 전체 수입차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점유율도 9%로 가장 높았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등 각 브랜드가 잇따라 전기차를 출시한 효과다. 일본 수입차 판매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벤츠는 5월 EQS SUV를 출시하고, 8월에는 EQE SUV 선주문을 실시했다. 전기차 전용 쇼룸 ‘메르세데스 EQ’를 오픈하며 공격적인 판촉에 나서기도 했다. BMW도 7월 세단 i5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중국 BYD도 지난해 1월부터 자사 EV를 일본시장에 출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63대를 판매해 최대 월간 판매량을 갱신했다. BYD는 지난해 1500대 이상의 EV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 올해는 돌핀과 씰의 현지 출시로 추가 판매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수입 EV 최대 점유율을 가진 테슬라도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972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 판매량을 달성했다. 모델3 업데이트 버전 차량이 인도되기 시작하면서 큰 폭의 판매 상승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테슬라는 모델 S, X의 부분변경 버전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며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랜드로버, 포르쉐, 벤틀리, 볼보트럭, 애스턴마틴, 스카니아 등의 브랜드도 연간 판매량 최고치를 갱신했다. 전부 일본서 EV 신차를 출시한 효과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는 지난해 EV 및 PHEV의 판매는 9월에 이미 전년도 기록을 넘어선 10만 8271대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 판매 비율은 4%로 성장 추세가 완연하다.

그러나 정작 자국 브랜드들의 활약은 지지부진하다. EV전문매체 EV타임스는 일본 메이커들의 경형 EV를 제외한 EV 판매량은 2023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닛산 사쿠라를 포함해 아리아, 미쓰비시 eK크로스 EV 등이 7000대 이상을 판매했을 뿐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닛산 아리아마저 12월 판매량이 130대로 지지부진한 끝에 판매가 중단됐다. 토요타 bZ4X는 11월 36대를 판매하며 굴욕을 맛봤다.

올해도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닛산 아리아의 판매 재개와 리프의 풀체인지, 혼다의 N-VAN:e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이외에는 출시 계획이 없다.

더욱이 올 3월 기대됐던 토요타-스즈키-다이하츠 합작 신 경형 EV모델은 다이하츠의 부정 문제로 인해 출시가 취소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PHEV의 강자 일본차가 EV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에 전기모터를 얹는 전기차 기술 자체는 하이브리드차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구조적 전환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보다는 EV산업의 본격적인 육성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이 내연기관차 중심인 상황에서 산업을 전환할 경우 부품 등을 개발하는 기존 업체들이 받을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은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 숫자가 2만여 개인 반면, 전기차는 7000여 개 정도로 3/1수준이다. 의도적으로 EV업계를 육성할 경우 혼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는 EV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나 인프라 확충 등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지부진한 일본 브랜드들의 상황이 계속되는 사이 중국은 탄탄한 자국 시장을 내세워 단숨에 EV시장 강자로 발돋움, 글로벌 자동차 수출량 6위에서 2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세계에서 세손가락에 꼽히는 자동차 시장을 가진 일본이 자국에서 새로이 성장하는 산업 점유율을 빼앗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세계 EV 보급률은 미국이 7%, 유럽 17%, 태국 20%, 중국 25%인 가운데 일본은 2.19%에 불과해 아직 성장 여력이 있는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쿠니자와 미츠히로 베스트카 칼럼니스트는 “언젠가 일본도 전기차를 선택할 시대가 오겠지만 우대정책 등이 나오지 않으면 자국 시장은 수입차들에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