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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프란치스코 교황 ‘우크라에 항복 권유’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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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프란치스코 교황 ‘우크라에 항복 권유’ 논란 가열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러시아에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강력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가 교황의 발언에 대해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선과 악 대결에서 협상 거론하는 것은 악의 편”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 사진=로이터


논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스위스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의 일부가 지난 9일(이하 현지 시간)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교황은 문제의 인터뷰에서 “(종전을 위한) 협상은 항복이 아니다”라며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항복할 것을 권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10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돼 있고 우리는 이 국기 아래에서 살고, 죽고, 승리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다른 깃발을 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쿨레바 장관은 “가장 강한 사람이란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선과 악을 동일선상에 놓고 ‘협상’으로 부르는 대신 선의 편에 서는 사람”이라면서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정당한 싸움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교황청이 나치 정권의 만행에 눈을 감는 등 정의의 편에 적극 서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며 교황을 비판한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국가로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폴란드의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외교부 장관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공정하게 말하자면 예를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백기를 들라고 권한다면 러시아는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면서 “러시아가 백기를 든다면 협상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즉각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교황을 비판했다.

크렘린궁과 나토 지도부, 교황 발언 놓고 설전


이에 그치지 않고 교황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러시아와 나토 간 설전으로 비화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황이 협상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말씀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화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그동안 종전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을 거듭해 밝힌 바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교황은 물론이고 러시아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이 종전 협상을 위해 노력해 왔음에도 서방국들은 이를 단칼에 거부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에 나토 지도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재 상황이 항복 이야기를 꺼낼 상황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평화적인 협상을 바란다면,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한 협상을 바란다면 그것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지속하는 방안 말고는 없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백기를 들고 협상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된다면 우크라이나 국민 입장에서는 비극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항복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진정한 평화 협상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자주 국가, 독립 국가로 인정하고 이번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