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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글로벌 기업 미국에서 '좀비 기업' 전락...투자금 회수·매각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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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글로벌 기업 미국에서 '좀비 기업' 전락...투자금 회수·매각 불가

미국 투자자들 거액 묶여 있어, 미중 갈등으로 중국 기업 상장·투자 기피

틱톡을 비롯한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하이테크이미지 확대보기
틱톡을 비롯한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하이테크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중국 좀비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 등에 상장된 중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인 긴장 고조로 인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매각도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기 동영상 앱 틱톡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중국 좀비 기업들이 비록 호황을 누려도 이들 기업이 지정학적 십자선에 서 있어 투자자들에게 당장 배당금을 주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NYT는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에 8억 달러(약 10조6500억 원)가 넘는 돈을 투자한 사람들뿐 아니라 앤트 그룹, 핑퐁, 긱플러스 등에 거액을 투자한 사람들이 모두 적대적인 환경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에 투자한 연기금이나 대학 기부금, 개인 투자금이 모두 묶여 있다고 NYT가 전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현재 미국 개인 투자자의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470억 달러(약 62조6000억 원)에 달한다. 또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사이에 미국의 공공 연금과 대학 기부금의 중국 기업 투자금은 1460억 달러(약 194조4700억 원)에 이른다.

틱톡과 같은 중국 기업의 매각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틱톡이 매물로 나와도 중국 정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을 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중국 정부가 틱톡 매각을 승인한다 해도 이 앱 기술의 핵심인 추천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가 거래에 포함되지 않도록 중국 정부가 새로운 수출 통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틱톡은 지난 2020년에도 미국에서 매각 협상이 진행됐으나 중국의 수출 통제 규제에 막혀 불발로 끝났다.

NYT는 “중국의 많은 기술 기업이 미국에서 매각을 시도하면 틱톡과 동일한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중국 기업의 가치가 하락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매각을 원하지 않는다. 금융 데이터 기업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매각된 중국 기업이 6341개였으나 지난해에는 그 절반가량인 3151개로 줄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되는 중국 기업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지난 2018년~2022년 사이에는 연간 18개가량의 중국 기업이 뉴욕 증시에 상장됐으나 2022년에는 3개에 그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신흥 시장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을 기피하고 있다. FT가 미국 사이트인 상장지수펀드(ETF) 닷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8개 미국 상장 신흥 시장 ETF로의 순자본 유입액은 지난해 53억 달러(약 7조585억 원)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55개의 중국 중심 ETF는 2023년에는 8억200만 달러의 총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들 중국 중심 ETF는 2022년에는 75억 달러 유입을 기록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의 개인 정보가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로 전송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행정명령은 데이터 브로커 등이 미국인의 지리적 위치, 생체 인식, 건강 및 금융 정보를 중국 러시아 등 ‘우려 국가’로 대량 전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국 정부 인사의 개인 정보가 이란, 북한, 쿠바,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로 전송되는 것도 금지했다. 현재 미국에서 데이터 브로커를 통해 데이터를 구매하는 것은 합법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