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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자동차 배기가스 규정 완화...현대차·기아 등 '벌금 폭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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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자동차 배기가스 규정 완화...현대차·기아 등 '벌금 폭탄' 피했다

미 환경청, 배기 가스 규정 최종안 20일 발표...완성차 업체와 노조 '승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7일(현지시간) 제너럴 모터스(GM)  디트로이트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7일(현지시간) 제너럴 모터스(GM) 디트로이트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에 관한 최종 규정을 20일(현지시간) 발표한다. 로이터 통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이번 최종 규정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전기차 연비 평가 방식을 바꿈으로써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벌금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들 통신은 최종 규정이 자동차 제조업체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EPA는 최종 규정을 통해 지난해 4월에 제시한 원안대로 오는 203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비율을 67%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되 오는 2027~2029년까지는 전기차 전환 의무 비율을 원안보다 낮추고, 2030~2032년에는 이 비율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고 AP가 전했다.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이에 따라 자동차 배기가스 초과 배출에 따른 벌금 부담을 줄이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AP가 지적했다. 로이터는 “새 규정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2027년이 아니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차 생산을 늘리면 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최종 규정을 적용하면 자동차 제조업체가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 비율을 65%로 단계적으로 올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기존 규정이 적용됐으면 자동차 제조업체가 규정 준수를 하지 않았을 때 2032년까지 105억 달러(약 14조647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했으나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EPA의 기존 규정을 시행했으면 오는 2032년까지 GM은 65억 달러, 스텔란티스는 30억 달러, 포드는 10억 달러의 벌금 폭탄을 맞았을 것이라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차 그룹도 거액의 벌금을 물 것으로 예상됐었다.

EPA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정은 2027년식부터 2032년식 차량을 대상으로 6년간 단계적으로 차량의 이산화탄소(CO₂), 비메탄계 유기가스(NMOG)와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등의 배출 허용량을 줄여가는 게 골자다. EPA는 원안에서는 2032년식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1마일당 82g으로 설정해 2026년식 대비 56% 줄이도록 했다. 자동차 업계가 이 기준을 맞추려면 휘발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기술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어 배출량이 적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또 자동차 연비 규정 최종안에서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의 평균 연비를 계산할 때 전기차의 연비를 더 낮게 평가하기로 했다. 이것도 기존 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전기차의 연비를 내연기관차의 연비와 직접 비교할 때 전기차의 연비를 기존보다 낮게 계산하도록 했다.

미국에서 내연기관차의 연비는 휘발유나 경유 1갤런(약 3.8ℓ)으로 달릴 수 있는 마일(약 1.6km)로 표기한다. 전기차는 충전 배터리를 이용하고 있어 이런 방식으로 연비를 계산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전기차도 연비를 계산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내연기관차와 같은 기준으로 연비를 표시한다. 때 적용되는 방식을 바꿔 환산 계수를 기존 1갤런당 29킬로와트시로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에 에너지부가 제시한 1갤런당 23.2킬로와트시보다 완화된 것이다. 작년에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전기차의 연비가 기존에 비해 72% 줄어들지만, 에너지부가 이날 공개한 기준에서는 65%만 감소한다. 에너지부는 애초 계획대로 새 기준을 2027년부터 바로 적용하지 않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 기준인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준수하도록 했다. 자동차 업체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평균 연비를 측정해 이 기준보다 높아야 벌금을 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높은 전기차를 많이 생산해 판매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전기차의 연비를 낮게 평가하면 내연기관차의 연비를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막대한 벌금을 낼 수 있어 자동차 업계가 규정 완화를 강도 높게 요구해 왔고, 정부가 이번에 이를 수용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가입된 자동차혁신연합(AAI)는 ‘기업평균연비’ 기존 규정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미국 정부의 연비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대상 자동차가 경트럭 2대 중 1대, 승용차 3대 중 1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AAI는 벌금 부담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한 대당 평균 3000 달러가 오르고,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 길거리에서 운행되는 노후 차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