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인텔, 美 보조금 26조원 포함 134조원 '돈 잔치'...2025년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도약'

공유
0

인텔, 美 보조금 26조원 포함 134조원 '돈 잔치'...2025년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도약'

겔싱어 CEO, 오하이오 콜럼버스에 세계 최대 AI 칩 생산 센터 건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챈들러 인텔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챈들러 인텔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 부활을 주도하려고 미국 정부 지원금 195억 달러(약 26조원)를 포함해 총 1000억 달러(약 134조 원)를 오하이오주 등 4개 주에 향후 5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대규모 물량 공세에 나선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에서 “오는 2027년부터 오하이오주 콜럼버스를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생산 센터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오하이오주와 함께 뉴멕시코, 오리건, 애리조나주 등 4개 주에 있는 반도체 공장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 (반도체 법) 시행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재탈환하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 법에 따라 가장 많은 액수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백악관은 이날 인텔에 최대 195억 달러(약 26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미 상무부가 반도체 법에 따라 인텔에 최대 85억 달러(약 11조4000 원)을 직접 제공하고, 대출금으로 110억 달러(약 14조8000 원)를 제공하기로 인텔과 예비적 합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주 챈들러에 있는 1000에이커 부지에 200억 달러를 투입해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 인텔은 이 시설에서 오는 2025년부터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인텔 측은 해당 용지가 총 8개의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향후 10년 동안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파운드리 2개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활을 선언한 뒤 1㎚(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공정에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인 광학회 ‘SPIE 2024’에서 1.4나노(14A)급 파운드리 공정의 스펙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14나노에는 하이-NA 극자외선(EUV) 장비가 최초로 사용될 것이라고 인텔이 강조했다.

인텔은 올 연말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인텔은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올 연말부터 1.8나노(㎚·10억분의 1m) 공정(18A)의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어 오는 2025년까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를 추월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텔2021년 3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애초 2025년으로 잡았던 1.8 나노 공정(18A)을 올 연말부터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해 9월 1.8나노급인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했다.

인텔은 특히 AI 칩 생산을 위해 MS와 손을 잡았다. MS는 인텔의 1.8 나노 공정을 이용해 반도체 칩을 조달할 것이고, 파운드리 생산 규모가 애초 1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약 20조 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생산할 MS용 칩의 종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미국 언론은 MS가 지난해 발표한 '마이아'라는 AI 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은 오는 2027년에는 1.4 나노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1.4 나노 공정은 최첨단 반도체 공정으로, 삼성전자2027년부터 1.4 나노 공정을 통해 양산에 들어간다. TSMC도 2027년 1.4나노 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기반 시스템-온-칩(SoC)을 위한 최첨단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rm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인텔은 Arm·시놉시스·케이던스·지멘스·엔시스 등 반도체 설계 자산(IP) 설계 자동화(EDA) 기업과 협력을 통해 AI 시대에 맞는 맞춤형 시스템즈 파운드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인텔에 이어 곧 삼성전자, 대만 TSMC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댈러스 인근에서 173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 두 개를 건설한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미국 투자 기록이다. 이 공장은 2026년부터 첨단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국에 투자한 삼성전자에도 반도체 법에 따라 60억 달러(약 8조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미 상무부가 TSMC에 대해서도 보조금 50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 지원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인텔에 배정되는 자금이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주의 인텔 설비 건설·확충에 쓰이게 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일자리 약 3만 개가 새로 생기고, 수십만 개의 간접 일자리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백악관이 주장했다.

미국은 반도체를 개발한 국가지만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가량에 불과하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받는 대만이 핵심 반도체 생산 국가인 점 등을 고려해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리려 한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직접 지원하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모두 2800억 달러(약 368조 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을 제정했다. 초당적으로 미 의회를 통과한 이 법에 따르면 약 390억 달러가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신설, 확장, 현대화하는 기업에 제공된다. 나머지 110억 달러는 반도체 연구, 개발 지원비로 사용된다. 방위산업 관련 반도체업체에는 20억 달러가 지원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