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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EV’ 확대 위해 관세 인하…현대車, 시장 선점에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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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EV’ 확대 위해 관세 인하…현대車, 시장 선점에 ‘암초’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한 EV 충전소에서 운전자가 차량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한 EV 충전소에서 운전자가 차량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 정부가 글로벌 전기차(EV) 브랜드 유치를 위해 관세를 파격적으로 낮추면서 현지 EV 시장을 선점하려던 현대자동차그룹의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25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 15일 자국 시장에 최소 5억달러 이상 투자하고 3년 이내에 EV 생산을 확정지은 제조사를 대상으로 EV 수입 시 기존 70~100%였던 관세를 15%로 인하했다.
인도는 거대 완성차 시장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EV 비율이 2%밖에 되지 않아 시류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30년까지 신차의 30%를 EV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비싼 EV 구입에 여력이 있는 부유층이 충분한 데다,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이 증가하며 이들의 소비도 늘고 있는 만큼 전기차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5조2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어 연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EV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에 수소·EV 생태계 구축과 생산설비 확장 계획을 밝혔다. 수입 관세 장벽이 높은 인도에 경쟁사들이 진출하기 한발 앞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 잰걸음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공약에 현대차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현지 공장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 계획만 밝혀도 현지 생산차나 다름없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는 테슬라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수년 동안 추가 기가팩토리 후보지로 인도를 꾸준히 거론하면서 인도 정부에 수입관세 인하를 요구해 왔다. 반면 인도 정부는 현지 생산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면서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가 태도를 바꾸면서 테슬라는 곧바로 인도 진출을 성사시킬 수 있게 됐다. 이번 관세 인하로 미국 기준 3만8990달러(5220만원)인 테슬라 모델3가 인도에 수입되면 370만루피(5980만원)에 출시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아이오닉5의 현지 가격(459만5000루피)보다 20%가량 낮은 가격이다.

로이터는 이번 발표 직후 “테슬라에게 있어 큰 승리”라고 전했다.
인도 뭄바이 현대자동차 매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뭄바이 현대자동차 매장. 사진=로이터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시장에서만 EU 지역 판매량과 거의 비슷한 60만5000대의 자동차를 판매했지만, EV는 현대-기아 합산 약 2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올해 1~2월에는 280대를 판매한 BYD에도 밀리는 등 아직 ‘시장 선점’을 달성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경쟁 상대가 테슬라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 자동차 현지 점유율 1위인 일본 스즈키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고향인 서부 구자라트주에 3820억루피(약 6조10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고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스즈키는 자회사인 멀티 스즈키와 함께 인도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400만대로 현재의 약 2배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인도에 20억달러를 들여 EV 공장을 착공한 베트남 기업 빈패스트도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린다는 방침이다. 중국 BYD도 높은 관세를 포함해도 현대 아이오닉5 및 EV6보다 저렴한 410만루피짜리 전기 세단 ‘실’을 현지에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한발 앞서 생산설비 증설, 맞춤형 모델 출시 등으로 인도 EV 시장 선점 계획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면서 막대한 투자 대비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EV 업체들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해 인도의 EV 생태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세계적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는 인도가 EV 제조의 허브가 될 것"이라며 업체들의 경쟁을 계속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