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日 중견기업 육성, 한국·대만에 뒤처져…‘자국 투자 성장 동력 상실’

공유
0

日 중견기업 육성, 한국·대만에 뒤처져…‘자국 투자 성장 동력 상실’

일본 도시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도시 전경. 사진=로이터
일본이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 육성에서 한국과 대만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닛케이아시아는 일본은 소규모 및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에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중견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의 아시아 라이벌들인 한국과 대만 등은 반도체와 같은 전략 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있는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데 성공해 성장과 투자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중소기업이 가지는 장점들이 많아 전략 산업에서 중견기업 육성에 실패하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본 규모를 줄이고 있다.

우선 일본 기업들은 규모별 지방세를 피하기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규모별 지방세란 소규모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본금이 1억 엔(66만 달러) 이상인 기업에만 적용되는 세금이다.

또 일본 정부는 2024 회계연도 세제 개편에서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을 합쳐 10억 엔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규모 기반 세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규모 기반 세금이란 지방 정부의 세수 안정화를 위해 이익 규모가 아닌 부가가치, 자본금 등 기업의 사업 규모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자연스럽게 이 범주 안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규모를 늘리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기업이 소규모로 분류되면 다양한 혜택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양과 디지털화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에 보조금과 사실상 무이자 및 무담보로 제공되는 대출인 ‘제로 제로 대출’ 이 대표적이다. 이 대출 대상은 대부분 자본금 3억 엔 이하, 혹은 제조업체의 경우 최대 300명의 인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에 최근 배달 딜리버리 플랫폼 데마에칸은 2022년 자본금을 551억 엔에서 무려 1억 엔으로 줄이면서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데마에칸과 같이 일본에서 자본금 1억 엔을 초과하는 사업체의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 회계연도까지 자본금 1억 엔 초과 기업은 2006 회계연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전체 기업에서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8%에서 0.72%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10년간 역량 있는 중견기업을 육성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온 한국과 대만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차세대 원자력 등 핵심 분야에서 중견기업을 지원해 그 숫자를 2021년 5500개에서 2030년까지 1만개로 늘리는 한편, 수출액을 11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대만은 10여 년 전부터 중견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 연구 개발 프로젝트와 인재 육성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미 일자리 1만 개 창출과 1000억 대만달러(31억1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라는 3년차 목표를 2년만에 초과 달성이라는 결실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전략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기업들의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5일 일본 국회에서는 종업원 수 2000명 이하의 중견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및 기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심의를 시작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 투자 확대와 고용 확충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의도적 기업 규모 줄이기를 근절시킬 경우 자국 내 투자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까지 10년간 직원 수 2000명 이하 중견기업의 국내 자본 지출은 1조 5000억 엔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7000억 엔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견기업의 매출은 비연결 기준으로 18조9000억 엔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3조9000억 엔, 중소기업은 14조7000억 엔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해외 매출은 대기업이 70조 엔 증가한 반면, 중견기업은 11조3000억 엔, 중소기업은 1조6000억 엔에 그쳤다. 해외 대기업들이 자국 투자가 아닌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산업의 성장은 소규모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원활히 육성해 지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