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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슈퍼마켓, '액체 황금' 올리브유 도난 급증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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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슈퍼마켓, '액체 황금' 올리브유 도난 급증에 '몸살'

2019년 3월2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전시회에서 다양한 올리브 오일 제품이 전시돼있다.      사진=신화/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19년 3월2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전시회에서 다양한 올리브 오일 제품이 전시돼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치솟는 가격으로 올리브유의 도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스페인 슈퍼마켓들이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올리브 공급 부족으로 ‘액체 황금’인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하며 일부 슈퍼마켓에서 올리브유가 가장 빈번한 도난 상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올리브유는 도난 순위에서 이베리코 햄보다 더 인기 있는 표적이 됐다고 FT는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러한 도난의 주범은 암시장에서 재판매를 노리는 범죄 조직이다.

스페인은 올리브유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며, 올리브유 제품은 스페인 요리와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고품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리터 가격은 5유로 미만이었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가격이 14유로까지 오르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슈퍼마켓 설문조사를 실시한 보안 회사 STC의 마케팅 이사 알레한드로 알레그레는 필수 식료품이 도난 목록의 상위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브유는 이베리코 햄, 절인 치즈 및 술과 함께 주식으로 간주되는데 굶주린 도둑질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돈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에게 되팔려는 조직화된 범죄 조직이 올리브유를 훔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올리브유 가격은 물 부족과 폭염으로 인해 흉작이 잇따르면서 지난 4년 동안 4배 넘게 올랐다.

스페인 농업부에 따르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2020년 2월 말에 도매 시장에서 킬로그램당 평균 2.13유로에 판매됐지만, 현재는 8.88유로로 가격이 지난해에만 거의 70% 급등했다.

지난여름, STC는 올리브유 병에 도난 방지 경보기를 설치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슈퍼마켓 체인 에로스키(Eroski)의 영업 책임자인 호세 이스키에르도는 스페인 TV에 도둑들이 자석 장치를 사용해 보안 태그를 뜯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리브 재배 농가와 올리브를 기름으로 압착하는 회사들 역시 최근 몇 달 동안 도둑들이 수만 리터의 제품을 훔치면서 강도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

올리브유는 스페인의 17개 지역 중 8개 지역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한 품목이었다. 여기에는 가장 인구가 많은 세 곳인 마드리드, 카탈루냐 그리고 안달루시아가 포함돼 있다.

제조업체와 소매업체를 위한 무역 단체인 스페인 제조공급자 연합협회(AECOC)는 스페인 기업들이 상점 절도와 행정 오류로 인해 연간 18억 유로의 상품을 잃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0월에 시작된 스페인의 올리브 수확 시즌이 막 끝난 가운데 원자재 데이터 회사인 민텍(Mintec)의 유지 종자 및 식물성 기름 분석가인 카일 홀랜드는 이번 수확량이 약 80만 톤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탈리아, 튀르키예, 그리스 등 다른 나라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만 문제가 아니라 극심한 더위 때문에 품질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