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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 탄생…좌파 셰인바움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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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 탄생…좌파 셰인바움 당선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셰인바움.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셰인바움. 사진=AFP/연합뉴스
'남성 우월주의 국가'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200년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2일(현지 시각) 치러진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가 우파 중심 야당 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큰 격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출구조사 결과 셰인바움 후보는 56~58%의 득표율로 과반을 확보하며, 2위 후보와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였다. 엘 피난시에로, 에네마스(N+) 등 현지 매체는 셰인바움 후보의 당선을 일제히 보도했으며, 멕시코 정치권의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셰인바움은 가부장적인 '마초 문화'가 강한 멕시코에서 1824년 연방정부 수립 이후 첫 여성 대통령이 되었다. 엘 우니베르살 등 현지 매체는 미국보다 멕시코가 먼저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며 이번 대선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멕시코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엘리트 정치인이다.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발레 교습과 프랑스어 수업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한다. 부모는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계 혈통으로, 1960년대 노동 및 학생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사본을 벽장에 숨겨놓을 정도로 헌신적인 좌파였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셰인바움은 중남미 최고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했다. 그간 많은 멕시코 대통령과는 달리 모국어인 스페인어 외에 영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서 그를 설명할 때는 '첫 여성'이라는 형용 문구가 자주 붙는다. 중남미 최고 명문대학인 멕시코국립자치대에서 1995년 에너지공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위를 받은 첫 여성이자, 2018년 멕시코시티 수장에 오른 첫 여성이기 때문이다.

셰인바움은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됐다.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현 대통령이다. 셰인바움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정치적 후견인'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멕시코시티 장관 시절 멕시코시티 외곽도로 복층 건설과 메트로버스 노선 설계 등 과정에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관여했다고 현지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은 전했다. 태양열 패널 보급과 토지 무차별 개발 방지 프로젝트 등도 의욕적으로 진행했다. 현지 매체들은 셰인바움을 '주어진 목표를 제시간에 달성하는 절제된 공학자'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전문가로 참여했다. 그해 IPCC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셰인바움은 이후 2011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좌파 계열 정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을 창당할 때 함께했다. 2015∼2018년 멕시코시티 틀랄판 지역 대표(구청장 개념)를 지낸 그는 2018년 멕시코시티 시장으로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시 행정가로서 그는 사회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지역을 중심으로 '기둥'(필라레스)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 센터를 설치해 사회·문화·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용 자전거(에코비시) 대폭 확대와 전기버스 보급 및 대중교통 활성화도 시장으로서의 치적으로 거론된다. 다만,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2021년 멕시코시티 지하철 12호선 교량 붕괴 참사 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공공안전 분야에 약점을 드러냈다는 부정적 평가도 상당하다. 당선인의 배우자는 물리학자 헤수스 마리아 타리바(61)다. 두 사람은 학부 때 연인 관계였다가 헤어진 뒤 2016년 다시 만나 지난해 결혼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