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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과열' 노동시장 정상화...구인 규모 팬데믹 이전 수준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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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과열' 노동시장 정상화...구인 규모 팬데믹 이전 수준 회귀

빈 일자리 감소로 실업률 증가 없이 물가 하락 가능 '베버리지 곡선' 입증

미국의 구인 건수가 감소하면서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가 2년 전에 제기한 '베버리지 곡선'이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구인 건수가 감소하면서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가 2년 전에 제기한 '베버리지 곡선'이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노동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줄곧 과열 상태를 보이다가 올해 4월에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갔다. 미국 노동시장의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구인 규모가 4월 들어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다. 미 노동부가 4일(현지 시각)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4월 구인 건수는 805만9000건으로 전월 대비 29만6000건 줄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3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구인 건수는 2022년 3월 1200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그 이후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미국 노동시장이 중요한 이정표에 이르렀다”면서 “4월 구인 건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마침내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팬데믹 이전에 구인 건수는 700만 언저리였다. 4월 JOLTS 보고서가 나온 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 2022년 중반에 제기했던 '베버리지 곡선(Beveridge Curve)'이 옳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연준 내 매파로 불리는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데 필요한 노동시장 냉각이 실업률 상승 없이 빈 일자리가 줄어들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뜨거운 노동시장에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고용주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공석을 없애 고용을 늦추는 쪽을 선호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실업률을 높이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낮출 수 있다고 월러 이사가 강조했다.

올해 4월 인·이직보고서노동 공급을 보여주는 실업률과 노동 수요를 나타내는 빈 일자리율(구인율)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베버리지 곡선'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로이터가 강조했다. 통상 실업률이 하락하면 빈 일자리는 늘어난다는 게 정설이었다.
베버리지 곡선은 경제의 전반적인 노동 수급 상황과 노동시장 효율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경기 수축기에는 유휴 노동력이 확대되면서 우하방으로 이동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하락하빈 일자리율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함에 따라 곡선 자체가 우상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미국 지난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4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상승해 전월치와 같았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수치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모두 포함한 4월 PCE 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0.3% 상승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 상승했다. 연준은 근원 PCE 지수 2%를 물가 목표치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베버리지 곡선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팬데믹 당시인 2022년 봄에 미국 구직자 1명당 비어있는 일자리가 2개를 넘었다. 올해 4월에는 이 수치가 1.24개로 내려갔다. 이는 팬데믹 이전 수준이다.

연준은 물가 압박 없는 적정 실업률을 4%로 보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4월에 3.9%를 나타냈다. 미국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지난 1년간 소폭 상승하고, 팬데믹 기간 늘어났던 현금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저축률 1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미 노동부는 7일 발표할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과 실업률 등 새 일자리 보고서가 향후 노동시장의 방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이 보고서가 나오면 노동시장 정상화 여부가 확실하게 판명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