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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거 이변’에 신흥국 투자 지각변동…통화채 자금 국가 이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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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거 이변’에 신흥국 투자 지각변동…통화채 자금 국가 이동 중?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 주도 정치 연합이 총선에서 예상과 달리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 주도 정치 연합이 총선에서 예상과 달리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사진=로이터
올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대규모 선거들이 치러지는 가운데, 국제 선거 결과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아직 세계 정세와 경제에 가장 큰 파급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대선 등이 남아 있지만, 멕시코와 인도에서 예상과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신흥국 투자 시장에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연이은 국제선거 이변으로 신흥국 투자자들이 새로운 수익원과 가능성 있는 투자처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신흥국들의 현지 통화 채권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멕시코 페소는 지난주 주간 기준으로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는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집권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압승을 거둔 후 정부의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매도세가 몰리면서 변동성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것에 더해 집권당이 상·하원 개헌까지도 가능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면서 이런 전망에 불을 지폈다. 5월 말까지만 해도 페소화는 전 세계에서 캐리 트레이드 수익성이 가장 높은 통화 중 하나였다.

또 지난 4일 열린 인도 총선에서는 예상과 달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속한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이 과반 이상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선거 직후 인도 주식 투자자들은 집단 주식 매도에 나섰다. 모디 총리가 집권을 시작한 2014년 이후 BJP가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간 동안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은 한국 돈으로 무려 53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선거 결과로 인해 신흥국에 대한 장기 투자가 타격을 입자 신흥국 시장 투자자들은 현지 통화로 표시된 채권과 통화 상대가치 거래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튀르키예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통일 지방선거 이후 경제 정책을 재검토하고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당국자들을 선임했다. 이전까지 수년간 초저금리에 기반한 비전통적인 정책을 시도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지만, 튀르키예는 정책 전환으로 자국 통화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튀르키예 리라화 국채의 외국인 보유 총액은 1년 만에 10배로 증가했다.

또 폴란드화인 즈워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멕시코 페소 등 캐리 트레이딩에서 인기 있는 통화가 변동성을 겪은 가운데, 정치적 혼란에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인티원, 애쉬모어 등은 신흥국 시장의 현지 통화 채권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

이에 대해 나인티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크리스틴 리드(Christine Reed)는 "신흥국 시장의 현지 통화채권과 외환파생상품 등에서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이집트, 중남미 등의 비교적 작은 새 신흥국가들의 스토리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건설적인 전망"을 배경으로 튀르키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폴란드 증권사 싱카지츠(Cinkciarz.pl)의 시장 분석가 바르토스 사비키(Bartosz Savicki)는 투자자들이 폴란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며 “폴란드 통화 즈워티는 높은 캐리어나 낮은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티로우(TRowe) 애널리스트 아론 기포드(Aaron Gifford)는 "리스크 오프 국면에서 신흥국 통화 캐리 거래는 안전통화보다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성과가 저조한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그 리스크를 분리할 수 있는 상대가치 거래가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