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IP4'(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로 지칭하며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사이버 공격, 허위 정보 대응, 방위 산업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국경을 초월하는 사이버 위협과 가짜 뉴스 대응 협력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존재한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인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나토 당국자들도 이러한 유사시 시나리오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실적인 위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에 군수 물자를 지원하고 북한은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주변에서는 중국군과의 합동 순찰 등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미·소 냉전 시절 유럽과 아시아 양쪽에서 발생 가능한 대규모 분쟁에 대비하는 체제를 갖췄었다. 그러나 2010년대 초 오바마 행정부는 '세계 경찰' 역할을 축소하고 단일 대규모 분쟁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제한된 미군 전력을 두고 나토와 IP4 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적극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 분쟁 발생 시 각 지역에 필요한 전력 규모를 나토 및 IP4와 함께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미군 전력 배분 방안을 마련하고, 부족한 전력은 유럽,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이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미국 주도로 면밀히 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사실상 나토를 중심으로 한 연합체를 형성했다. 이제 각국은 협력을 강화하여 억지력을 높이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분쟁 발생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토와 IP4 간 협력 강화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억지력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대응책 마련 또한 필수적이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의 예상을 뒤엎고 발생했으며,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