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경기 둔화로 명품 브랜드부터 자동차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유럽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수요 둔화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기업들의 수익, 주가, 기업 가치 및 심지어 일자리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명품 대기업인 프랑스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는 중국의 수요 둔화로 2분기 매출이 기대치를 하회한 뒤 이날 주가가 거의 5% 급락했다.
구찌와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케링 그룹도 이날 하반기 영업 이익이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뒤 주가가 4.5% 하락했다.
휴고보스, 버버리 및 다임러 트럭 홀딩스도 지난주 이익 감소를 경고한 뒤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스와치그룹은 상반기 중국 매출이 30% 급감하면서 감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회복 지연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부문의 위기와 소비 지출 둔화 및 미국과의 무역 긴장 관계 고조 등으로 중국은 다양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유럽 주식을 매도할 것을 권고했다.
픽텟 에셋 매니지먼트의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인 아룬 사이는 “중국에 대한 기업들의 익스포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번 실적 시즌에도 유럽 기업들의 이익 경고는 이미 중국의 예상보다 약한 수요 위험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경기 침체 영향이 이미 유럽 기업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주요 명품 브랜드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좋은 실적을 냈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3중 전회에서 성장 친화적인 조치를 발표했지만, 수요를 촉진하거나 부동산 침체를 막기 위한 긴급 처방은 없었다. 중국 경제의 호황기에 수혜를 입었던 유럽 기업들에는 지속적인 수요 둔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EU) 내에서도 대중국 수출의 절반을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경제가 특히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별 기업으로는 매출의 4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세계 최대 광산 기업 BHP, 호주 광산 기업 리오틴토, 스탠다드차타드(SC), 폭스바겐 등이 중국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언급됐다.
매출의 거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은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을 공급하는 회사에 새로운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로 지난주 주가가 17% 폭락하기도 했다.
게리 파울러가 이끄는 UBS 전략가들은 투자자 노트에서 "중국의 내수 부진은 수년간 지속됐지만 미국 경제의 호황에 가려져 있었다"면서 "이제 두 지역 모두 경기가 둔화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인 유럽의 경기 회복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