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황 가 TSMC 대신 삼성전자에 블랙웰 제조를 위탁할 수 있다고 발언 하면서 뉴욕증시에서는 그의 진의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앞서 전날 3대 지수는 혼조세로 마감한 바 있다. 국제 유가 폭락 소식에 경기침체 공포가 사장 전반에 다시 확산하며 다우지수가 하락했으나 기술주 위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상승했었다. 이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을 흔들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CPI 상승률은 직전월과 같은 전월 대비 0.2%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5% 오르며 직전월(2.9%↑) 보다 개선됐을 뿐 아니라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음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이 직전월(0.2%) 보다 높은 0.3%를 나타내며 시장 예상치(0.2%)를 상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다 지분을 보유한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의 주가가 전일 대비 15% 이상 급락했다. 전날 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은 첫 TV 토론회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해석됐다. 대표적인 '밈 주식' 게임스탑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4% 감소한 2분기 실적의 여파로 주가가 크게 밀렸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골드만 삭스가 투자 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 주가를 122달러에서 105달러로 낮춘 여파로 주가가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도 최대 주주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분을 추가 축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3%대 뒷걸음질쳤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엔비디아는 상승세,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구글 모기업)·테슬라·아마존·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하락세로 장을 열었다. 8월 CPI 물가 발표 후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은 85%, 50bp 인하 확률은 15%로 반영됐다. 25bp 인하 가능성이 전일 동시간대 대비 19%포인트 더 높아지고 빅컷 가능성은 그만큼 후퇴했다.
이날 유럽증시도 하락세다. 독일 DAX지수는 0.14%, 영국 FTSE지수는 0.32%, 범유럽지수 STOXX600은 0.24% 각각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반등세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AI 칩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황 CEO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그룹 주최 테크 콘퍼런스에 키노트 연설자로 나서 AI 칩 생산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현재 양산되는 칩으로 가장 인기 있는 '호퍼' 시리즈(H100·H200)와 차세대 칩 '블랙웰'을 모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TSMC가) 훌륭하기 때문에 사용한다"면서도 "그러나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we can always bring up others)"고 말했다. 황 CEO는 '다른 업체'에 대해서는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비디아의 최신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삼성전자에 AI 칩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