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러시아와 외교적으로 긴밀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패권 경쟁국인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국민 여론에도 여실히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이하 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는 중국 칭화대가 이날 발표한 ‘국제안보에 대한 중국 국민의 인식도’ 연례 설문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 중국 국민 66%, 러시아에 가장 큰 호감
중국 국민은 반면에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비호감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6%와 81%가 미국과 일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꼴찌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와 같다.
SCMP는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난해 조사 때보다 소폭 줄었고 일본에 대한 비호감이 미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난 것도 이목을 끈다고 전했다.
SCMP는 “과거 일제 시대 일본과 전쟁을 치른 경험에다 현재는 센카쿠 제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 일본에 대한 비호감도를 칭화대의 역대 조사 결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 2020년 이후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여온 인도에 대한 중국인의 부정적인 인식도 미국 다음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에 대한 중국 국민의 호감도는 아세안(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 유럽연합(EU), 영국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에 대한 시각은 상당한 차이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본 다음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거의 모든 현안에 걸쳐 미국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중국 국민이 미국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과 미국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조사 참여자의 압도적인 다수인 81%가 미국 정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반 미국 국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미국 정부에 비해 크게 약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70%가 미국 국민에 대해 좋게도 나쁘게도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10%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CISS는 이번 조사에서 미국 국민에 대한 중국 국민의 중립적 시각이 이전 조사 때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 배경에 대해 “미국 국민에 대한 중국 국민의 이해도가 크게 낮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앞으로 양국 국민 간 교류를 확대해나갈 필요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CISS는 “앞으로 양국 국민 간 민간 교류가 확대되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 대립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비슷한 맥락으로 국제 질서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중국 국민은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0% 정도가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최근 5년 간 줄어든 것으로 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반면 응답자의 90%는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이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은 반대로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CISS는 “중국 국민의 약 67%는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의 패권적인 지위가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