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 연방 공휴일인 콜럼버스데이)를 맞아 거래량이 평소보다 줄어든 가운데 대형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이며 동반 상승세다. 콜럼버스데이는 유럽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북미 대륙 도착을 기념하는 날로 1937년 처음 공휴일로 지정됐다. 이후 원주민 역사에 대한 재평가와 정치적 논란의 여파로 기념을 중단한 기관들이 늘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전거래일인 지난 11일 일제히 상승 마감한 바 있다. 9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인플레이션 둔화세 정체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린 데 이어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의 풍향계'로 간주되는 대형 은행주 JP모건·웰스파고 등이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장중에 잇따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최고 마감 기록까지 새로 썼다. 이날은 공휴일 분위기에 특별한 재료도 없는 가운데 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주 대형 은행주들이 포문을 연, 주요 기업 3분기 실적에 기대를 품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항공오주기업 보잉은 글로벌 인력의 10%, 약 1만7천 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후 주가가 뒷걸음질쳤다. 위성 라디오 방송 서비스 기업 시리우스XM은 워런 버핏의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주 주식 360만 주를 8700만 달러에 사들여 지분을 확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뛰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대형 중장비 제조사 캐터필러는 모건스탠리가 실적 변화에 우려를 표하며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내리고 목표주가를 349달러에서 332달러로 하향 조정한 후 주가가 2% 이상 밀렸다.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는 지난 10일 장 마감 후 로보택시 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다음날 주가가 8.78% 급락했었으나 이날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투자은행 TD코웬이 인공지능(AI) 선두주자 위상을 강조하며 '톱픽'을 유지,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3%대 오른 139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에 속한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구글 모기업)·테슬라·아마존·메타(페이스북 모기업) 모두 상승세로 장을 열었다. 유럽증시도 상승세다. 독일 DAX지수는 0.60%, 영국 FTSE지수는 0.31% , 범유럽지수 STOXX600은 0.45% 각각 올랐다. 국제 유가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14일(현지시간) 5%대 상승하며 6만5천 달러선을 회복했다. 비트코인이 6만5천 달러선에 오른 것은 지난달 29일 이후 15일 만이다. 이날 비트코인은 한때 6만6천200달러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급등은 중국이 최근 발표한 경기 부양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12일 국채 발행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채 발행 규모 등 세부 사항에 대한 언급이 빠지면서 시장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트콩;ㄴ 시장은 중국의 실망스러운 경기 부양책을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비트코인에서 중국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은 가상화폐 가격을 압박했다고 여겨져 왔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 실망으로 증시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주식 시장으로 몰렸던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달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 대선 레이스가 가상화폐 가격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촉매제가 되고 있다. 난 며칠간 예측 시장이 바뀌면서 친(親)가상화폐 행보를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전했다.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54.8%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44.8%)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주가가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고점에 다가섰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장중 시가총액이 처음 1조 달러에 진입했다. 뉴욕증시 장중에 139.60달러까지 올라 140달러선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 6월 20일 기록했던 최고점(140.76달러) 경신도 눈앞에 두고 있다. 시가총액도 3조3천910억 달러로 불어나며 같은 시간 시총 1위 애플(3조5천억 달러)과의 격차도 좁혔다.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새로운 AI 칩 블랙웰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등 엔비디아 경영진은 최근 모건스탠리 분석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블랙웰의 1년 치 공급량이 완판됐다고 말했다. 황 CEO도 지난 2일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블랙웰을 완전히 생산 중이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블랙웰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재 80%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 점유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SMC는 이날 주가가 194.25달러까지 상승하며 시총도 장중 '1조 달러'를 터치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등 최첨단 반도체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는 TSMC는 AI 열풍과 함께 실적이 늘어나면서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상승폭을 확대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9.00원 상승한 1,35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1bp=0.01%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유력시되는 가운데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장중 2개월여만의 최저치로 후퇴했다. 미국과 달리 유로존은 최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다. 역외 위안화는 중국 정부가 지난 주말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는 실망감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수요에 대한 우려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3%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