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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가격 캐즘', 저가 모델로 돌파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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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가격 캐즘', 저가 모델로 돌파구 찾나

테슬라·GM 등 2만5000 달러대 '대중 전기차' 개발 경쟁

2021년 3월 16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외관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3월 16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외관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 대신,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제2의 차' 수요에 주목한 저가 모델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가구의 평균 차량 보유 대수는 1.88대로, 대부분 가정에서 2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한 대는 장거리 주행용으로, 다른 한 대는 주로 근거리 도심 이동에 활용된다. 전기차 업계는 이러한 소비 패턴에 주목, '제2의 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저가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즈닷컴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의향자의 70% 이상이 약 4000만 원(3만 달러) 미만 모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주로 근거리 이동용 '세컨드카'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충전 인프라가 아직 충분치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굳이 고가의 장거리 주행 가능 전기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 캐즘'은 전기차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 인식 변화에 대응해 약 3400만 원(2만5000 달러대)의 저가 전기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약 6100만 원(4만5000 달러)를 웃돈다.
테슬라는 내년 출시 예정인 '모델 2'를 통해 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신형 쉐보레 볼트를 통해 시장 최저가 전기차 타이틀을 노리고 있으며, 포드 역시 저가 순수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가세했다. 스텔란티스는 2027년까지 2만5000 달러대의 전기 지프를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ID.4도 약 5400만 원(4만 달러) 초반대의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24 파리 모터쇼를 앞두고 가격대를 대폭 낮춘 전기차를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르노는 2만5000 유로(약 3700만 원)대의 전기차 모델 'R5'에 대한 주문 접수를 시작했으며, 스텔란티스 산하 중국 브랜드 '리프모터'는 2만 유로를 넘지 않는 저렴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EU의 새로운 탄소 배출 규제와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이 있다. EU는 내년부터 신차의 탄소 배출 목표를 1㎞ 주행 당 93.6으로 강화할 예정이며, 중국의 비야디(BYD) 등은 2만 유로 수준의 저가 모델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과 충분한 주행거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충전 인프라 확충, 배터리 기술 발전 등이 뒷받침돼야 저가 전기차의 실질적인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저가 모델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전기차 수요 감소 상황이 지속되어 내년에는 "전기차 겨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 헨닝 코스만은 "당신이 소비자라면 오늘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주행거리와 기술 측면에서 더 나은 자동차를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기술력 경쟁을 넘어 가격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누가 먼저 대중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착한 가격'의 전기차를 내놓느냐가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앞으로 전개될 저가 전기차 시장의 향방이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