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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 혁신 위해 기업분할과 '카이젠' 결합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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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 혁신 위해 기업분할과 '카이젠' 결합 모색

사모펀드 활용한 기업 분할로 경쟁력 강화...전통적 경영 방식과 조화 과제
1월 6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2025년 거래 개시를 기념하는 새해 행사에 참석한 언론인들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1월 6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2025년 거래 개시를 기념하는 새해 행사에 참석한 언론인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일본 기업들이 수십 년간 지속된 저성장 극복을 위해 사모펀드를 활용한 기업 분할(carve-out)과 전통적인 개선 방식인 '카이젠'의 결합을 새로운 혁신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알릭스파트너스의 시브 시바라만 아시아 지역 리더는 "일본 대기업들이 실적 개선을 위한 시장과 규제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운영 모델 혁신, 비핵심 사업 매각, 인원 감축, 비용 최적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분할은 최근 일본 사모펀드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KKR이 히타치에서 분할한 코쿠사이 일렉트릭을 2023년 10월 도쿄 프라임 마켓에 상장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일본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지원 기업공개(IPO)였다.

전문가들은 기업 분할이 일본의 전통적인 경영 문화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분석한다. 토모유키 스즈키 알릭스파트너스 도쿄 대표는 "분할은 자조와 점진적 개선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와 일치한다"며 "공격적 인수나 급진적 변화 대신 집중적이고 경영 집약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의사결정 방식은 혁신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네마와시(합의 형성)'와 '링기(다수 이해관계자의 승인)'로 대표되는 전통적 의사결정 과정은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일본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연방' 모델도 과제다. 각 사업부가 제한적 통합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이 구조는 조직 전반의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후 2017년 파산에 이른 사례는 통합 부재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기업 분할을 위해서는 일본의 전통적 '카이젠' 방식에 새로운 혁신 접근법을 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바라만 리더는 "전체 운영 점검, 프로세스 간소화, 신기술 활용 등 포괄적 혁신이 선행된 후 점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분할 후 발생하는 '좌초 비용' 관리가 중요하다. IT 인프라나 공유 서비스 등의 비용은 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각 과정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이러한 도전 과제들을 잘 해결한다면 더 강하고 민첩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사모펀드들은 일본의 고유한 기업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