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독일차 브랜드, 동남아서 中 저가공세에 고전

글로벌이코노믹

독일차 브랜드, 동남아서 中 저가공세에 고전

싱가포르·태국 등 핵심시장서 점유율 급감
BMW·메르세데스, 고급차 시장 수성 안간힘
2024년 10월 7일 독일 오스나브뤼크에 있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 공장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0월 7일 독일 오스나브뤼크에 있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 공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독일의 자동차 강국 지위가 동남아시아에서 흔들리고 있다.

독일 DW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싱가포르 육상교통국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신차 등록 점유율은 2024년 28%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32%에서 하락한 수치다. 반면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3년 5.9%에서 18.2%로 급증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독일 브랜드의 입지가 약화됐다. 말레이시아 자동차협회는 BMW의 시장 점유율이 2024년 1.5%에서 1.3%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역시 하락세를 기록했다.

필리핀에서는 타격이 더 컸다. 현지 컨설팅업체 오토인더스트리야는 BMW의 판매량이 3분의 1 가까이 감소했으며, 폭스바겐은 15% 하락했다고 전했다.

태국 자동차 시장은 전체 판매가 26% 감소하며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독일 브랜드들의 판매도 감소세를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등록 대수가 30% 감소했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고전은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다. BMW는 2024년 1월 전 세계 차량 판매가 2.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는 각각 3% 감소했으며, 폭스바겐은 12% 하락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약 470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이는 2021년 대비 3배 증가한 수치다. 다만 이 중 3분의 1은 국제 브랜드가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자동차 공장들의 연간 생산능력이 4500만 대에 달하지만, 현재 가동률은 60%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수출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동남아시아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BYD는 2023년 싱가포르에서 토요타를 제치고 최다 판매 브랜드에 올랐으며, 필리핀에서는 같은 기간 판매가 8900% 급증했다.

일본 브랜드도 중국 공세에 밀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2019년에서 2024년 사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폭의 시장 점유율 손실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독일 브랜드의 반격도 있다. BMW는 싱가포르에서 2024년 판매가 49% 증가했으며, 배터리 전기차 판매는 107%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자동차 소유 허가증서(COE) 비용 상승이 고급 브랜드에 유리하게 작용한 결과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정부의 불공정 보조금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을 통해 이를 우회하고 있다. BYD는 지난해 7월 태국에 연간 15만 대 규모의 첫 동남아시아 공장을 설립했다. 투자 규모는 4억7000만 유로다.

유럽연합-아세안 비즈니스 협의회의 크리스 험프리 전무이사는 "중국 자동차의 품질이 다른 제조사들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제 가격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DW에 말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시장보다는 대중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브랜드도 맞대응에 나섰다. 폭스바겐 그룹 자회사 스코다 오토는 오는 초까지 베트남에 4억7500만 유로 규모의 조립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연간 12만 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메르세데스-벤츠 태국의 마틴 슈웽크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일간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가격 인하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중국 업체들의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