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행사서 폭행 유죄 인정 전 모엘리스 뱅커
북미 사업서비스팀 글로벌 공동 책임자로 영입돼
북미 사업서비스팀 글로벌 공동 책임자로 영입돼

프라이드 행사에서 주먹질로 논란이 된 월가 출신 투자은행가가 유럽 명문 금융그룹에 고위직으로 입성해 파장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일(현지시각) 로스차일드 & Co가 '주먹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직 모엘리스 투자은행가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로스차일드는 뉴욕시 프라이드 행사에서 폭행 사건에 휘말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너선 케이를 북미지역 사업 서비스 팀의 글로벌 공동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컨설팅 및 물류 회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자문 업무를 맡게 된다.
케이의 합류 발표는 그가 최근 경범죄 폭행 및 괴롭힘 혐의를 인정하는 유죄(plea deal)에 합의한 직후 나왔다. 앞서 그는 지난해 6월,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성소수자(LGBT+) 프라이드 행사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 무리와 언쟁을 벌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11년간 재직했던 모엘리스를 떠났다.
당시 영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갈등이 격화된 뉴욕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미국 내 최대 유대인 인구가 거주하는 뉴욕은 지난 1년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 지역이다.
특히 유대계인 케이가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 4명에게 "당신들은 잘못된 편에 서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FT에 따르면, 케이 측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소셜 미디어에 확산된 영상에는 그가 액체를 뒤집어쓰고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케이는 검찰과의 합의를 통해 사회봉사 25일, 분노 조절 상담 3회, 그리고 피해자 2명에게 최대 5만 달러(약 7281만 원)를 배상하는 조건에 동의했다. 이를 통해 이번 합의 조건을 모두 이행하면 그의 범죄 기록은 말소될 예정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6월 법원에 다시 출석해 사건이 공식적으로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로운 혐의로 체포되거나 피해자 2명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최대 1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로스차일드의 케이 영입은 2022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18명에 달하는 고위 은행가를 공격적으로 영입해 온 행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케이는 모엘리스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을 창설하고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로스차일드가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케이의 영입 결정이 그의 폭행 사건 법적 합의 직후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로스차일드 측은 성명을 통해 "조너선 케이에 대한 미해결 법적 절차는 원만히 마무리되었으며, 모든 혐의는 기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조너선이 로스차일드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이며,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월가에 기반을 둔 독립 투자은행인 모엘리스는 딜메이커 켄 모엘리스가 설립했으며, 케이는 이 회사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을 창설하고 11년간 이끌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뉴욕 프라이드 행사에서의 논란 이후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번 케이의 로스차일드 합류는 그의 투자은행 경력에 재기의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입장이 논쟁의 중심이 되는 가운데, 케이의 영상은 이러한 논쟁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있는 인물을 영입한 로스차일드의 결정은 금융업계의 인재 확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제기된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최근 2년간 북미 지역에서 18명의 고위 은행가를 영입한 로스차일드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 전략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음을 대변한다고 FT는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