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세·기술 추격에 밀려...삼성·SK, 中 매출 급감 및 생산 축소
中, 이미 韓 반도체 기술 추월"...정부 지원책에도 '역부족' 비판
中, 이미 韓 반도체 기술 추월"...정부 지원책에도 '역부족' 비판

반도체 산업은 오랫동안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자 기술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10년 넘게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글로벌 기술 우위를 자랑했던 한국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2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중국 사업을 축소하면서 '반도체 투자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창신과기해독(创新科技解读)은 8일(현지시각) "한국 반도체가 진퇴유곡(進退維谷,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막다른 상황)에 빠졌으며 중국 사업 철수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2023년부터 중국 내 휴대폰 및 반도체 공장들을 점진적으로 폐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4일, 전자 부품 제조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쿤산 삼성전기 유한공사의 폐쇄를 결정, 청산 작업까지 마무리하며 스마트폰 메인보드(HDI) 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쿤산 삼성전기 유한공사는 한때 삼성 HDI 제품의 핵심 생산 기지였다. 하지만 삼성 스마트폰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쿤산 삼성전기는 최근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기술 우위 약화와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의 중국 사업 축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3년 말, 삼성의 중국 내 첫 공장이었던 둥관 삼성전기 유한공장이 청산 절차를 완료했다. 2024년 9월에는 브라운관 사업 부문이 중국 편광판 자산을 노연 자본과 헝메이 광전에 1조 1210억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 속에 SK하이닉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2024년 1분기 SK하이닉스의 대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나 급감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CIS 및 웨이퍼 파운드리 사업 규모를 줄이고 있으며, 생산 능력은 2023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잇따라 발을 빼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DRAM과 같은 대규모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두드러지게 상승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국 정부가 뒤늦게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5일 반도체, 자동차 등 핵심 기술 분야 지원을 위해 340억 달러(약 49조 2932억 원) 규모의 정책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한 소극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최근 보고서에서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내놨다. "2024년 기준 중국이 이미 반도체 기술 모든 핵심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특히 고집적 메모리, 고성능 AI 반도체, 전력 반도체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에 현저히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우위 약화, 심화되는 시장 경쟁, 무역 환경 악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지만, '끊임없이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들에게 이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