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군 복무제도, 사회 통합의 가교 역할 실패”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군 복무제도, 사회 통합의 가교 역할 실패”

지난 2023년 9월 26일(현지시각) 국군의 날 행사에서 한국군 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9월 26일(현지시각) 국군의 날 행사에서 한국군 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국의 군 복무제도가 군과 사회 간의 통합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심화시켜 정치적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세턴홀대 교수이자 미 육군 예비역 중령인 브렌단 발레스트리에리는 13일(현지시각)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국의 군 복무제도가 군과 사회의 공동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해 군이 사회와 동떨어진 기관으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복무자와 비복무자 간의 간극이 확대되고, 국민들은 군 복무를 피해야 할 의무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82%가 군 복무를 피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74%는 군 복무로 인한 손실이 이익보다 크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인식은 지난 2023년 5년 이상 복무한 장교와 부사관 9481명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수치로 군을 떠난 것과 ROTC 지원자 감소로 이어졌다. 또 2021년에는 3123명의 공무원이 첫해에 사직했으며 이는 2018년 대비 3배 증가한 수치다.
발레스트리에리는 이같은 현상이 한국의 군 복무제도가 군과 사회 간의 다리를 놓기보다는 분열을 심화시켜 정치적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1987년 '6월 항쟁' 이후 출범한 제6공화국은 군사 정권, 이념 갈등, 이전 공화국들의 영향으로 인해 취약한 기반 위에 세워졌으며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존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군 헬기가 국회를 방문한 것은 수십 년간의 민군 분열과 상반된 이념적 진영에 뿌리를 둔 결과로, 민군 신뢰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그는 지적했다.

발레스트리에리는 이같은 문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한국의 군 복무제도가 사회적 대표성과 군과 민간 세계 간의 공유 가치를 형성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특히 ROTC 지원자 감소와 2023년 장교 및 부사관의 대규모 이탈은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또 ROTC 출신 장교들의 진급 제한은 군 내부의 계층화를 심화시키고 이는 민군 간의 분열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분석했다.

해결책으로 발레스트리에리는 싱가포르, 스위스, 핀란드,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같이 잘 갖춰진 예비군 모델을 도입해 군과 사회의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경우 국민의 98%가 군 복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88%는 강제가 아니라도 가족과 지인에게 군 복무를 권장할 의향이 있다고 밝힐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한국과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의 제도처럼 군 경험이 사회적, 교육적, 경제적 혜택으로 연결될 때, 복무가 더 이상 부담이 아닌 사회적 연대의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발레스트리에리는 미국 작가 윌리엄 샤이러가 지난 1940년 프랑스의 패배를 분석한 책에서 언급한 “군대는 그것이 봉사하는 나라의 힘을 초과할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한국이 강한 군대와 회복력 있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군 관계의 깊은 균열을 먼저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뢰를 구축하는 복무 제도를 채택함으로써 군 복무를 선호하는 경력 경로로 만들고, 민군 관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위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