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이하 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미국 산업 전문매체 치프 이그제큐티브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329명의 CEO 가운데 62%가 향후 6개월 내 경기침체 또는 경제 둔화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3월의 48%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이같은 비관론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대부분의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등 강경한 무역 정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CEO들의 신뢰도는 급락했다.
CEO들은 관세로 인해 원자재 및 노동 비용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오르며 수요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이번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올해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중 절반은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전망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응답자의 41%는 올해 자본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39%는 인력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3월 조사 대비 각각 12%포인트, 2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편, 일부 CEO들은 단기적인 고통이 장기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산업용 유압 시스템 유통업체 에어 하이드로 파워의 톰 맥과이어 CEO는 "단기적인 고통은 장기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CEO들은 현재의 불확실성이 기업 운영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말 처리 및 밀폐 시스템 전문 기업인 커스텀 파우더 시스템즈의 데니스 맥킨토시 CEO는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경험 중 이렇게 무책임한 정부 결정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 조치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밝혀 기업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케빈 해싯은 1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0%"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와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등 주요 금융계 인사들은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진입했거나 그 직전에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