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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중국·아세안, 재난 대응 위한 통화안전망 확대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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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중국·아세안, 재난 대응 위한 통화안전망 확대 합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팬데믹·자연재해 때도 달러 지원 허용
일본·중국 각각 768억 달러, 한국 384억 달러 출자...신규 체제 5월 발효 전망
지난해 11월 30일 태국 핫야이 지역에서 한 불교 승려를 태운 채 지역 주민들이 침수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1월 30일 태국 핫야이 지역에서 한 불교 승려를 태운 채 지역 주민들이 침수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시아 주요국들이 전염병 발병과 자연재해를 포함한 금융위기에 대비해 통화 안전망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일본, 중국, 아세안(ASEAN) 10개국은 5월부터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로 알려진 지역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적용 범위를 넓혀 위기 상황에서 통화 스와프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라고 1일(현지 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인 2000년, 태국 북부 도시 치앙마이에서 합의된 지역 금융 협력 메커니즘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회원국들이 미국 달러와 기타 통화를, 지원을 요청하는 국가의 자국 통화로 교환하게 함으로써 외환위기 발생 시 채무불이행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니셔티브 회원국들은 5월 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대표단 회의를 열고 프로그램 확대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체제는 이르면 5월 중 발효될 전망이다.

이번 확대 결정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외화 부족에 직면한 국가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현재의 통화 안전망은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겪을 때만 환율을 안정시키도록 설계되어 있어 팬데믹이나 자연재해 같은 상황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일본과 중국이 각각 768억 달러, 한국이 384억 달러,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총 480억 달러를 출자해 구성된 24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현행 체제에서 회원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있을 경우 전체 할당 금액에 접근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40%만 이용할 수 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는 이 한도를 각각 50%와 20%로 상향 조정하게 된다. 이는 일본의 경우 최대 192억 달러, 태국은 113억8000만 달러, 베트남은 50억 달러까지 지원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질병·자연재해 발생 시 통화 스와프의 경우, 새 체제는 수혜국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긴급 상황에서 신속한 자금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변화다.

2000년 설립 이래 한 번도 실제로 가동된 적이 없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최근 글로벌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그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최근의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은 지역 차원의 금융 안전망 강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확대 조치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외부 충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그리고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인한 환율 변동성 확대 등 여러 위험 요소가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내 금융 협력 강화는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중요한 조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외환보유액에서만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IMF나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기관처럼 저금리 대출을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5월 회의에서 재무장관들은 IMF를 모델로 한 새로운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확대는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이 지역 내 경제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의 외환 리스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역내 국가들 간의 금융 협력 메커니즘 강화는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