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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 관료 엘리트, 미·중 경쟁 속 강력한 주역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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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 관료 엘리트, 미·중 경쟁 속 강력한 주역으로 부상

중국 공산당 젊은 간부 47%가 박사 학위... 칭화대 출신 비중 크게 증가
미국은 법학·정치전문가 중심, 중국은 과학기술 전문가 국가 운영 참여 확대
4월 15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의 하버드 야드를 사람들이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4일 하버드를 반유대주의, 극좌 기관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4월 15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의 하버드 야드를 사람들이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4일 하버드를 반유대주의, 극좌 기관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의 국가 운영 방식이 전통적인 정치인이나 이데올로그에서 과학기술 전문가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어 미·중 경쟁 속 강력한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중국 분석 센터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공산당의 젊은 관료급 인사 중 절반 가까이가 박사학위 소지자이며, 최근 임명된 국급 간부 75명 중 47%가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의 MIT'로 불리는 칭화대학교 출신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급 간부의 23%가 칭화대 출신이며, 1985~1989년 젊은 부국장 집단에서는 이 비율이 52%로 증가했다. 베이징대학과 후난대학도 당 지도부 파이프라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치적 후원보다 학문적 전문성에 기반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관료 개혁을 넘어 중국의 전통적 가치관에 뿌리를 둔 철학적 변화를 의미한다. 수세기 동안 중국 사회는 학자 겸 관료를 존경해왔으며, 오늘날의 기술관료들은 이데올로기보다 능력으로 평가받는 현대적 계승자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공공 부문이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상대적 안정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우수 인재들이 국가 관련 직종으로 몰리고 있다. 2023년에는 280만 명 이상의 후보자(대부분 박사학위 소지자)가 4만 개 미만의 국가 공무원 자리를 두고 경쟁했으며, 군 복무 역시 다시 한번 열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명문대 졸업생들이 사모펀드, 빅테크, 법조계로 향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 상원의원의 51%와 하원의원의 30%가 법학 학위 소지자인 반면, 엔지니어는 입법부의 약 1%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기술 경쟁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조지타운 대학교 신흥 기술 관측소에 따르면, 2018~2023년 칩 관련 영어 연구를 가장 많이 수행한 10개 기관 중 9개가 중국 기관이었으며, 인용 영향력 상위 10개 기관 중 8개가 중국 기관이었다. 미국 기관은 두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의 대학들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 국가 전략의 통합적 확장으로 기능하며, 연구자뿐 아니라 거버넌스의 미래를 이끌 기술 관료를 배출하고 있다. Chat GPT 출시 몇 달 만에 포괄적 AI 거버넌스 규정을 시행한 중국과 달리, 미국은 아직 관련 규정을 마련하지 못했다.

중국의 기술관료주의는 단순히 똑똑한 개인을 육성하는 것을 넘어 거버넌스 자체에 지능을 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모델에서 정책은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한 형태가 되며, 우수 인재가 헤지펀드가 아닌 국가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단기적 다원주의와 장기적 최적화, 카리스마와 역량, 혼돈을 통한 회복력과 구조적 일관성 사이의 충돌이라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거버넌스 패러다임의 대결로 볼 수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