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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없는’ 테슬라 미래 가능할까…이사회 "교체 논의 없었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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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없는’ 테슬라 미래 가능할까…이사회 "교체 논의 없었다" 해명

일론 머스크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CEO. 사진=로이터
테슬라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려 했다는 보도에 대해 적극 부인하며 머스크에 대한 신뢰를 거듭 밝혔다.

다만 머스크의 정치 성향과 타 기업 활동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 판매 부진 등이 겹치며 '포스트 머스크'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 CEO의 잦은 부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정치적 지지, 그리고 최근 급감한 전기차 판매 실적에도 머스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테슬라 이사진이 머스크의 교체를 진지하게 검토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로빈 덴홀름 이사회 의장은 이같은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머스크가 향후 테슬라의 성장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이사회는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외에도 스페이스X, 뉴럴링크, X(옛 트위터) 등을 포함해 총 6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테슬라 업무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며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테슬라 고객층과의 괴리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3월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트럼프는 항상 옳았다(Trump Was Right About Everything!)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참석해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그는 모자를 두 개 겹쳐 쓰며 "사람들이 내가 너무 많은 모자를 쓴다고 하는데 사실"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머스크 개인의 행보가 기업 운영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테슬라의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브라이언 멀버리 잭스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머스크의 빈자리를 메우는 일은 10점 만점에 8~9점짜리 난이도의 문제"라며 "그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독자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핵심 가치 중 약 75%는 머스크가 제시한 자율주행 기술과 인간형 로봇에서 비롯된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들은 수년째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 테슬라는 오히려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고 로보택시와 인공지능(AI)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기존 자동차 중심 전략을 고수하던 경영진 다수가 퇴사했고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 지분 1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이사회 멤버인 머스크는 후임 CEO가 선임되더라도 경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내부 관계자들은 머스크에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대표이사급 운영 전문가를 선임하자는 제안을 수년간 해왔으나 머스크가 이를 매번 거부해 왔다고 전했다.

투자자들도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제임스 맥리치 개인 투자자는 "이사회가 머스크를 견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주가 상당 부분이 '머스크의 비전'과 그에 대한 신뢰에 기반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인 개리 블랙은 "테슬라 내부에는 머스크를 대신할 역량을 갖춘 인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멀버리는 "이미 테슬라는 전기차,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 상당한 기술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혁신보다는 이를 완성도 있게 구현할 운영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