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건 최소 11명의 연방판사와 그 가족들이 살해 위협, 온라인 괴롭힘, 개인 정보 유출 등 다양한 방식의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극우 성향의 활동가 로라 루머 등 트럼프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를 통해 판사 가족의 사진과 허위 정보를 퍼뜨리며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명령을 일시 중단시키는 판결을 내린 후 그의 딸이 일하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허위 주장이 퍼지면서 딸과 가족이 온라인상에서 '체포하라', '처형하라'는 위협을 받았다. 보즈버그 판사의 동생인 토머스 보즈버그 전 덴버 교육감도 과거 이민자 보호 정책을 이유로 공격 대상이 됐다.
로드아일랜드 연방지방법원의 존 맥코넬 판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교육 및 복지 관련 보조금을 동결한 조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후 딸의 사진과 경력이 온라인에 공개되며 600건이 넘는 협박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는 루머의 게시물을 자신의 X 계정에 공유하며 여론을 확산시켰다.
로이터는 지난 2월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 가족을 겨냥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600건 이상 확인됐으며 이 중 70건 이상이 폭력이나 체포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또 판사들의 자택으로 익명의 피자 배달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등 '주소를 알고 있다'는 식의 협박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판사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보안관국은 이러한 위협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연방사법회의는 지난달 10일 의회에 보안 예산 증액을 요청하며 "판사와 그 가족에 대한 위협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대법관은 지난 2일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판사 회의에서 "이러한 공격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사법부를 위협하려는 의도적인 시도"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한 연방판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직업을 선택했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다"며 "누군가 실제로 해를 입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