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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오픈AI, 영리화 제동... 비영리 통제 구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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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오픈AI, 영리화 제동... 비영리 통제 구조 유지

머스크 소송·비판 속 방향 선회
영리 자회사 '공익 법인' 전환… 투자 유치는 계속
2024년 5월 20일 촬영된 일러스트레이션 속 오픈AI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5월 20일 촬영된 일러스트레이션 속 오픈AI 로고. 사진=로이터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애초 추진했던 조직 개편 계획을 일부 수정해 비영리 모(母)단체의 통제권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야후 파이낸스 등 외신이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조치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인공지능(AI) 분야 선두 주자인 오픈AI의 지배구조와 정체성을 둘러싼 내외부의 비판과 법적 분쟁, 특히 공동 창업자이자 경쟁사 xAI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소송 등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샘 올트먼 CEO는 지난 5일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오픈AI는 비영리단체로 설립했으며, 현재도 영리 법인을 감독하고 통제하는 비영리단체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며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비영리 모회사 통제 유지… 공익 법인 전환
앞서 오픈AI는 지난해 12월, 영리 자회사를 '공익 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PBC)'으로 바꾸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공익 법인은 주주 이익과 사회적 목표의 균형을 추구하는 구조로, 공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비영리단체와는 다르다. 당시 계획에서는 비영리 모회사가 PBC의 대주주가 되지만, 신생 기업에 대한 통제권은 넘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따라 오픈AI는 비영리 모회사가 PBC를 계속 통제하면서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고쳤다. 동시에 치열한 AI 경쟁에 발맞춰 더 많은 자본을 끌어올 수 있도록 영리 자회사의 구조 변경은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브렛 테일러 오픈AI 이사회 의장은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발표는 신생 기업이 현재 구조와 '극히 가까운(extremely close)' 구조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뜻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시민 사회 지도자들의 의견을 듣고 캘리포니아 및 델라웨어 주 법무장관실과 논의한 끝에 비영리단체가 통제권을 유지하도록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완전한 영리 전환 시도는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하고 비영리 모회사와 관련된 제약을 풀려는 목적이었으나, 회사가 비영리단체에 자산을 공정하게 나눠줄 것인지, 그리고 AI를 공익을 위해 개발한다는 사명과 영리 추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에 관한 우려를 낳았다.

◇ "투자 유치 문제없어"… 이익 상한선도 폐지

올트먼 CEO는 이번 결정을 "투자자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준까지 계속 자금을 지원할 만큼 충분히 만족하는" 타협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주요 후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 규제 당국, 그리고 새로 임명할 비영리 위원들과 협력해 수정한 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각 당사자가 받게 될 영리 사업 지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존 투자자 관계에는 변화가 없다"며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 상한선을 없애는 기존 계획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확인했다. MS는 이에 관해 논평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제안한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해 정확히 무엇이 바뀌는지, 비영리단체가 실제로 어느 수준의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인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현재 오픈AI의 비영리단체는 영리 법인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으며, 비영리 이사회의 사명은 주주 가치 제공이 아닌 "인공 일반 지능(AGI)이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오픈AI의 전 정책 및 윤리 고문이자 시민단체 '사적 이익을 위하지 않음(Not For Private Gain)'의 대표 조직자인 페이지 헤들리는 "오픈AI가 시민 사회 지도자들의 우려에 귀 기울이는 것은 다행이지만, 중요한 질문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픈AI의 상업적 목표가 자선적 사명에 법적으로 계속 딸려 있을 것인가? 오픈AI가 개발하는 기술은 누가 소유하게 되는가?' 라고 물으며, PBC 구조에서는 이사회가 주주 가치 극대화 의무를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지배구조 투명성·사명 준수' 과제 여전

이번 발표는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AI, 즉 AGI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나왔다. 오픈AI는 지난 3월, 소프트뱅크 그룹 주도로 3000억 달러(약 417조 원) 기업 가치 평가 아래 최대 400억 달러(약 55조 60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 투자는 오픈AI가 연말까지 영리 기업으로 바뀌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 올트먼 CEO는 이번 구조 변경 발표 뒤에도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소프트뱅크는 관련 논평 요청에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이러한 조직 개편 논의는 지난해 11월 실리콘밸리를 떠들썩하게 한 이사회 내부 갈등과도 이어진다. 당시 비영리 이사회 위원들은 소통 부족과 신뢰 하락을 이유로 올트먼 CEO를 내쫓았으나, 직원과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 속에 닷새 만에 복귀한 바 있다.

◇ 머스크 소송 계속… 과거 이사회 내분도 영향

한편, 일론 머스크가 제기한 소송은 계속될 전망이다. 머스크 쪽 변호인은 "이번 발표는 이른바 '비영리 통제' 합의에 관한 중요한 세부 사항, 특히 비영리단체가 현재 과반수 지분을 지닌 올트먼의 영리 기업에서 받게 될 크게 줄어든 지분율에 관해 모호하게 다룬다며 소송을 거둬들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머스크가 이끄는 연합체(컨소시엄)는 올해 초 오픈AI에 974억 달러(약 135조 2886억 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으나 올트먼 CEO가 바로 거절하기도 했다.

오픈AI는 이번 결정 발표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에는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