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019년부터 미국 고객들에게 “리스 만료 시 차량을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며 구매 옵션을 없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4월 캘리포니아 투자자 행사에서 “차량 구매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차량을 회수해 로보택시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내년에는 로보택시가 100만대 이상 도로에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반납된 차량에 완전 자율주행(FSD) 기능 등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추가해 신차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으로 중고차 시장에 되팔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능은 최대 1만5000달러(약 2032만원)에 판매되며 ‘가속 부스트’ 기능도 2000달러(약 271만원)에 별도 제공됐다.
로이터는 이같은 정책이 팬데믹 이후 차량 재고가 부족하던 시기에는 테슬라에게 유리했지만 최근 들어 머스크의 정치 활동에 대한 소비자 반감과 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인해 테슬라가 정책을 바꿨다고 전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27일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리스 차량 구매 가능” 정책을 발표하고 웹사이트도 수정했다.
그간 테슬라로부터 “로보택시로 쓸 예정이라 구매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던 소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마케팅 업체 대표 조 멘덴홀은 리스 종료 후 자신의 차량이 중고차 경매로 넘어간 것을 알게 된 뒤 “거짓말이었다. 로보택시는커녕 경매에 팔렸다”고 X에 글을 올렸다.
테슬라는 2019년 이후 전 세계에 약 31만4000대의 차량을 리스 판매했으며 이 중 미국 내 차량에만 ‘구매 금지’ 정책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전직 테슬라 영업사원이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마이클 미닉은 “회수된 차량을 매장에서 놔둘 수는 없었다. 가치가 빨리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차량을 되팔기 위해 기능을 추가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최근 들어 중고차 가치 하락세도 겪고 있다. 중고차 판매 데이터 서비스 카구루스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모델Y 가격은 14.1%, 사이버트럭은 46% 하락했으며 전체 테슬라 중고차 가격은 7.6% 떨어졌다. 이는 전체 브랜드 평균 하락률인 0.8%보다 훨씬 큰 수치다.
로이터는 “이같은 행위는 명시적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수년간 고객을 오도했으며 로보택시라는 약속은 결과적으로 현실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