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학자는 정치권이 이를 외면한 채 중국이나 멕시코 같은 해외 경쟁국을 탓하며 유권자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게리 윈슬렛 미들버리대 교수의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인용해 미국 제조업의 붕괴가 주로 미국 북부 공업지대를 가리키는 이른바 ‘러스트벨트’에서 남부 지역을 일컫는 ‘선벨트’로의 산업 이동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러스트벨트의 제조업 일자리는 멕시코가 아니라 앨라배마,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테네시 등으로 옮겨갔다”며 “이는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는 큰 이야기의 누락된 조각”이라고 말했다.
러스트벨트는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에 걸쳐 있는 산업 쇠퇴 지역을 지칭하는 말로, 특히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제조업의 중심지였다. 선벨트는 미국 남부와 남서부 지역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따뜻한 기후, 낮은 세금, 규제 완화, 저렴한 노동력 등을 바탕으로 1970년대 이후 급속한 인구 증가와 산업 확장을 이룬 지역이다.
실제로 미국 제조업 고용은 지난 1979년 198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이어왔고 지난달에는 1280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전체 비농업 고용 대비 제조업 비중도 1953년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감소는 서비스 중심의 경제로 변화하면서 지속된 구조적 흐름이다.
한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지난 1998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이 중국, 일본, 멕시코, 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심화되면서 500만개 이상의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윈슬렛 교수는 이러한 해외 요인보다 더 중요한 요인으로 주 간 경쟁을 지목했다. 그는 “1970년 러스트벨트는 미국 제조업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지만 오늘날엔 남부 지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앨라배마를 들었다. 이 지역은 지난 1992년까지만 해도 자동차 공장이 단 하나도 없었으나 현재는 연간 1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며 미국 최대의 자동차 수출 주로 부상했다. 그는 그 배경으로 ‘노동조합 가입 의무가 없는’ 노동환경, 저렴한 전기료, 풍부한 주택 공급, 낮은 세금, 신속한 인허가 절차 등을 꼽았다.
또한 남부 지역이 미국 내에서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 중서부는 가장 낮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윈슬렛 교수는 자동화로 인해 공장 이전이 곧 일자리 증가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글로벌화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은 주 간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당 모두 단순한 악당(중국, 탐욕스러운 기업 등)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앨라배마를 선택한 기업들의 이유를 이해하고 이를 수용하는 명확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은 관세 정책을 통해 러스트벨트의 일자리를 되살리겠다고 주장해왔고 민주당은 글로벌화의 부작용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나 남부 지역의 에너지 비용 인하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윈슬렛 교수는 “양당 모두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과거에 대한 향수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