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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신경계서 영감받은 로봇 개발...섬세한 작업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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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신경계서 영감받은 로봇 개발...섬세한 작업 '척척'

영국 브리스톨大, 문어 신경망 모방한 자율 파지 로봇 개발
흡입력 기반 물체 종류·강도 스스로 판단… 미래형 로봇 기술 주목
농업·제조·의료 등 다방면 활용 기대…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 가능성↑
문어의 신경계에서 영감을 받아 주변 환경을 감지해 물체를 움직이거나 잡는 방법을 결정하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과학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사진=이미지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문어의 신경계에서 영감을 받아 주변 환경을 감지해 물체를 움직이거나 잡는 방법을 결정하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과학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사진=이미지크리에이터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과학자들이 문어의 신경계에서 영감을 얻어 주변 환경을 스스로 감지하고 물체를 정확하게 잡는 로봇을 개발해 화제다. 이 로봇은 마치 문어처럼 흡입력을 이용해 물체에 달라붙을 뿐만 아니라, 어떤 물체인지, 얼마나 세게 잡아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 미래형 로봇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각) 과학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브리스톨 대학교 과학공학부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이 혁신적인 소프트 로봇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문어의 복잡하고 효율적인 신경근 계층 구조가 능숙한 신체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어는 수많은 센서를 가진 빨판, 팔에 내장된 자체 연산 능력, 그리고 고차원적인 추론 능력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어의 지능적인 작동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간단한 흡입 컵, 소프트한 연산 요소, 그리고 유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 핵심은 로봇에 장착된 단일 흡입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덕분에 로봇은 섬세한 물건도 손상 없이 잡을 수 있으며, 공기 중인지 물속인지, 표면이 얼마나 거친지 등 주변 환경을 스스로 감지할 수 있다. 심지어 잡고 있는 물체가 얼마나 무거운지, 얼마나 세게 당겨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까지 중앙 컴퓨터의 도움 없이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연구의 주 저자인 티안치 웨 박사는 "작년에 우리는 부드러운 소재와 방수 기능을 이용하여 문어가 바위에 달라붙는 방식을 모방한 인공 흡입 컵을 개발했다"며, "이번 연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문어의 빨판처럼 흡입 컵을 단순히 물체에 연결하는 것을 넘어, '체현된 흡입 지능'을 통해 소프트 로봇 시스템에서 문어의 신경근 구조의 핵심적인 측면을 모방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개발한 '흡입 지능'이 두 가지 수준에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흡입 흐름과 로컬 유체 회로를 결합해 문어와 유사한 저수준의 구체화된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로봇은 섬세한 물체를 부드럽게 쥐고, 다양한 형태의 물체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예측 불가능한 모양의 물체도 안전하게 감쌀 수 있다.

두 번째 수준은 흡입 컵의 압력 변화를 분석해 로봇이 주변 환경에 대한 고수준의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로봇은 흡입 컵의 압력 반응을 통해 물체와의 접촉 여부, 주변 환경의 매질(공기 또는 물), 표면의 거칠기 등을 스스로 분류할 수 있으며, 물체가 가해오는 힘까지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로봇이 다양한 상황에 맞춰 최적의 방식으로 물체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진은 이처럼 간단하고 저렴한 '흡입 지능'이 더욱 안전하고 스마트하며 에너지 효율적인 차세대 소프트 로봇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이 로봇 기술은 농업 분야에서 섬세한 과일을 부드럽게 수확하거나, 공장에서 깨지기 쉬운 물품을 안전하게 다루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는 인체 내부의 의료 기기를 안전하게 고정하거나, 사람과 안전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소프트 토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데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문어의 경우 대부분의 정보 처리와 의사 결정이 하위 수준의 국소 유체 회로에서 이루어지며, 최소한의 정보만이 상위 수준의 '뇌'로 전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개발된 로봇 역시 중앙 컴퓨터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핵심 원리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영감을 받은 로봇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