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금값 상승 전망...예견된 조치로 장기적 충격은 제한적일 듯

무디스는 이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낮춘 뒤 정부 부채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를 등급 강등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무디스의 등급 하향 조정 발표에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0.6%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인베스코 QQQ ETF도 한때 0.8% 하락했고, 미국 국채 선물은 장중 최저치로 하락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하고 최근 반등세를 보인 주식시장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논쟁이 불붙고 있는 달러 약세가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한 미국의 공공과 민간 부문의 차입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고, 금값은 안전자산으로 더욱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변동성 큰 관세 정책이 가뜩이나 경제 전망에 부담을 주는 가운데 이번 등급 하향 조정은 미국 시장이 직면한 복합적 리스크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테크 스트래티지스트’ 편집장이자 기술주 전문 분석가인 프레드 히키는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금요일 장 마감 후 터진 폭탄”이라고 표현하며 “다음 주 시장의 흐름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채권과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재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는 지난달 급락장에서 반등하며 연초 대비 상승세를 회복했지만, 관세 부과가 기업 실적과 소비자·기업 심리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치며 경제지표가 악화할 것이란 월가의 회의론은 여전한 상태다.
스튜어드 파트너스의 에릭 비일리 자산관리본부장은 “미국 주식시장이 최근 반등 이후 곧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무디스의 등급 강등이 최근 증시의 대규모 랠리 이후 차익실현을 자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가격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고 다른 나라들의 채권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의 맥스 고흐만은 “미국 국채에서 다른 안전자산으로 자금 이동이 늘며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이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르며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것) 현상을 보이고 달러 약세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타이거리스 파이낸셜 파트너스의 이반 파인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국채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지는 데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국채를 벤치마크로 삼는 타국 국채에도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예견된 강등...“충격 크지 않을 것” 전망도 나와
다만, 이미 S&P 글로벌과 피치 레이팅스가 미국의 최고 국가신용등급을 박탈했고 무디스도 앞서 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던 만큼 실질적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피치는 지난 2023년 8월 정치적 부채한도 협상이 미국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몰고 가자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계단 낮췄다. S&P 글로벌은 지난 2011년 미국의 ‘AAA’ 등급을 가장 먼저 철회했다.
무디스는 지난 2023년 11월 미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바꿨다. 당시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향후 12~18개월 이내에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처음이 아니며 투자자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안”이라며 “특히 채권 투자자들은 이 위험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 마자 최고경영자CEO)도 “무디스가 이번에 등급 강등을 공식화했지만, 시장은 이미 미국 신용등급 악화를 예견해 왔다”면서 “2011년 S&P의 등급 강등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이미 재정 악화와 관세 위험을 경계해 온 만큼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시적인 미국 자산 매도 움직임 이후에 시장이 다시 평정심을 되찾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어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견고한 반등 후에는 차익실현 매도가 뒤따른다”면서 “2011년 S&P의 등급 강등 당시에도 일시적인 매도 후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 수요로 반등했다”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