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합의에 따라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기존 145%에서 30%로 일시적으로 낮췄다. 그러나 이 조치의 유효기간은 단 90일에 불과해 물류 일정이 긴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애틀에서 보드게임을 제작하는 ‘코요테 앤 크로우 게임즈’의 창립자 코너 알렉산더는 “90일 후에야 내 물품이 항구에 도착할 수 있다”며 “그때 다시 관세가 145%로 오르면 난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인하 직후 생산을 재개했지만 제품이 미국에 도착할 시점에 적용될 세율조차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성용 변형 힐을 제조하는 ‘패션 풋웨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헤일리 파본 역시 “신발 하나 만드는 데 4개월이 걸린다. 90일 유예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보바 자판기와 특수 차류를 수입하는 ‘마이차’의 제시카 킴 대표는 자판기 10대를 주문했지만 관세 인상 탓에 출하를 보류하다가 최근에야 배송을 승인했다. 킴은 “타이밍을 도박처럼 맞춰야 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출신으로 위스콘신주에서 아이스크림·추로 전문점을 운영하는 ‘프리오 멕시칸 트리츠’의 우고 라미레스 대표는 “관세가 높을 땐 미국산 자재를 써야 했는데 비싸고 맞춤형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기본 메뉴 가격은 유지하고 있으나 고급 상품은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관세 유예로는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파본은 “휴일 시즌 상품을 주문하려 하는데, 90일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며 “예산을 짜는 것도 추측 게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들어 폐지한 ‘디 미니미스’ 면세 혜택도 기업들에 추가 부담이 되고 있다. 이 제도는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 소규모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하던 규정이다. 파본은 “이제 미국 소비자에게는 관세 비용을 직접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고객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미국 고객에겐 가격 인상분이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균형 있는 무역협정, 규제 철폐, 에너지 활성화, 정부 효율화 등 ‘아메리카 퍼스트’ 경제 기조를 통해 미국의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여전히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사업 확장을 보류하고 있다. 파본은 신규 직원을 채용하려다 제안을 철회했고 라미레스는 “관세가 중소기업 성장을 도울 수 있다면 환영하겠지만 지금껏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