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대 중국 관세는 미국 제조업의 공급망을 자국 내로 돌리게 만들며 중소 제조업체들의 수주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렸지만 정작 이같은 일자리를 채울 노동자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약 5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비어 있으며 미국제조업협회(NAM)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제조업체의 절반 가까이가 인력 충원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오하이오주 세일럼에 위치한 철강 주물업체 ‘퀘이커시티 캐스팅스’ 역시 이같은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곳은 매일 오전 6시, 철모와 안전화, 방진 마스크로 무장한 근로자들이 철을 녹여 주형을 만들고 연마하는 등 고된 육체노동을 수행하는 전형적인 공장 현장이다. 그러나 ‘힘들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지원자 확보와 장기 근속 모두 쉽지 않다.
회사 측은 최근 평균 임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30% 인상했지만 “20명을 뽑아도 몇 주, 길어야 몇 달 만에 대부분 그만두고 결국 두세 명 정도만 남는다”고 조셉 코프 대표는 밝혔다.
문제는 단지 임금에만 있지 않다. WSJ는 미국 내 제조업 임금이 민간 부문 전체 평균보다 7.8% 낮고 근무시간도 고정돼 있는 등 근무 유연성이 떨어지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1980년만 해도 제조업 임금이 평균보다 3.8% 높았지만 노조 약화 이후 오히려 격차가 역전됐다는 것이다.
퀘이커시티 캐스팅스의 패턴 샵 견습생 잭 퍼차이다는 “이곳 일을 시작한 건 골프장 아르바이트보다 시간당 2달러를 더 받을 수 있어서였고 아버지가 건설 노동자로서 보여준 근성이 영향을 줬다”며 “그러나 또래 대부분은 힘든 일 자체를 꺼린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주형 작업을 맡고 있는 신시아 졸러는 3년째 일하면서 ‘블랙 위도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몰드 박스가 발에 떨어져 골절상을 입고 두 달간 깁스를 했지만 “이 일이 좋다”고 말했다. 부상 당시 치료비와 임금 손실은 회사가 납부한 주정부 산재보험으로 처리됐다.
퀘이커시티 캐스팅스는 현재 구직자를 주로 입소문과 온라인 광고로 찾고 있으며 지역 내에는 자동차 부품, 욕실 기기, 금속 가공 등 다양한 제조업체가 몰려 있다. 그러나 고교 진학상담교사 마이크 애그뉴는 “학생들이 제조업보다는 전기, 용접 등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직업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근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스티븐 페이지는 “공장 안에서 하루종일 조립라인 앞에 서 있는 걸 상상하면 만화 같다”며 전기공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WSJ는 노동력 확보 없이는 아무리 공장을 다시 짓더라도 제조업 재건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인력 양성 비영리단체 매뉴팩처링 인스티튜트의 캐럴린 리 대표는 “공장을 세운다고 사람들이 기적처럼 몰려오는 게 아니다”며 “이젠 블루칼라 노동자들도 화이트칼라처럼 유연한 근무 환경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