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된 미국 워싱턴주 공장, 매출 30% 급감·수백억 적자…구조 한계 직면
본사 첨단 투자 집중 속 '잊힌 공장' 신세…'필수 기술' 명맥 유지할까
본사 첨단 투자 집중 속 '잊힌 공장' 신세…'필수 기술' 명맥 유지할까

외신에 따르면 이 공장은 최근 12년 동안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심각한 침체에 빠졌고, 25년 전 구형 기술에 의존하며 최근에는 매출 급감과 함께 적자로 돌아서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맞고 있다.
TSMC는 2024년 한 해 동안 매출이 3분의 1 넘게 늘고 이익은 더욱 가파르게 오르며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TSMC의 세계 최고 수준 첨단 제조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 '25년 구형 기술'의 덫…매출 급감·적자 전환
그러나 대만 본사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미국 워싱턴주 카마스의 TSMC 워싱턴(옛 웨이퍼테크)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 공장은 1998년 설립 당시의 200mm(밀리미터) 웨이퍼와 0.35~0.16 마이크론(백만분의 1미터) 공정 기술에 머물러 있는데, 해당 기술은 현재 TSMC가 주력하는 7nm(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이하 첨단 공정과는 20년 넘게 차이 나는 낡은 것이다. 2024년에는 매출이 30% 넘게 급감했고, 3200만 달러(약 446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12년 동안 가장 나쁜 실적이다.
TSMC 워싱턴 부진의 주요 까닭으로는 산업 전반의 구형(트레일링 엣지) 반도체 수요 감소,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산 저가 칩 경쟁력 하락(특히 중국 보호무역 정책 영향), 모기업과 다른 공장들과의 물리적·운영상 고립, 200mm 웨이퍼 기반 공정 한계(300mm 전환 안 함), 그리고 높은 인건비와 미국 안 규제·노동 환경 복잡성 등이 꼽힌다. 인근 그레셤에 있는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나 온세미의 노후 공장들이 겪는 문제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TSMC 본사는 카마스 공장의 재무 결과나 장기 미래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TSMC 워싱턴은 카마스에서 기술자를 채용하고 있으며 일부 팹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며 해당 공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서면으로 알렸다. 이 공장은 현재 약 1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60에이커(약 105만 제곱미터) 터로 최신 대형 팹(1000에이커 이상)에 견줘 매우 작다.
TSMC는 엔비디아, 애플, 심지어 인텔 같은 기업에 최첨단 생산 기술을 제공하는 파운드리 업체다. 인텔조차 자체 팹 생산 문제 때문에 일부 최첨단 칩 제조를 TSMC에 맡기고 있다.
◇ 본사의 외면?…모리스 창 "카마스, 처음부터 혼란"
카마스 공장은 1998년 '웨이퍼테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TSMC의 첫 미국 공장이다. 당시 워싱턴주 경제 개발 담당자들은 이 공장을 시작으로 더 많은 팹이 들어서기를 바랐다. 그러나 TSMC가 미국 규제와 노동 관행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웨이퍼테크는 초기부터 문제에 부딪혔다.
TSMC 모리스 창 창업자는 2022년 그때를 돌아보며 "처음에는 혼란 그 자체였다. 비용이 대만과 비슷하리라 예상했지만 매우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했고, "카마스 공장 노동자 1000명의 인건비가 대만보다 50% 더 들었다"고도 했다.
웨이퍼테크는 200mm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한 마지막 세대 팹 가운데 하나였다. 업계가 더 크고 효율 좋은 300mm 웨이퍼로 막 바꾸려던 때였지만, TSMC는 카마스 공장을 개선하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 댄 허치슨 부회장은 "한때 그 팹은 상당히 잘 돌아갔지만, 모리스 창은 그곳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늘 세상이 그곳에 팹을 짓도록 압력을 가한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초기 어려움에 부딪힌 TSMC는 카마스에 추가 팹을 짓지 않았고, 기존 공장도 크게 손보지 않았다. 이 공장은 낡은 기술로 홀로 운영하는 외딴 시설로 남았으며, 2023년 'TSMC 워싱턴'으로 이름을 바꿨다. TSMC에 따르면 이 공장은 0.35~0.16 마이크론 사이, 곧 공장 설립 때인 2000년대 초반 수준 기술로 칩을 생산한다.
◇ 첨단 집중하는 TSMC, 미국 생산의 구조 한계
TSMC의 세계 전략과 미국 안 공장 운영 어려움은 포틀랜드 공장 상황과 뚜렷이 다르다. TSMC 본사와 대만, 애리조나 등지 첨단 팹은 7nm 이하(3nm, 2nm 등) 최첨단 공정과 300mm 웨이퍼를 통해 매우 높은 생산 효율과 싼 단가를 자랑하며 인공지능, 스마트폰, 고성능 컴퓨팅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
반면, TSMC 워싱턴은 20년 전 기술인 0.35~0.16 마이크론 공정과 200mm 웨이퍼에 머물러 생산 효율이 낮고 단가가 비싸며, 자동차, 산업, 국방 같은 특수 목적 시장에 기대고 있다. 투자와 개선 역시 본사 첨단 팹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포틀랜드 공장은 제한적이고 작은 규모 개선에 그친다. 최근 실적 또한 본사는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을 새로 쓰고 있지만, 포틀랜드 공장은 매출 급감과 적자 전환을 겪었다. 주요 도전 과제 역시 본사가 세계 공급망, 미·중 갈등, 첨단 인력 확보 등인 데 견줘, 포틀랜드 공장은 구형 기술 수요 감소, 고립, 높은 인건비 문제에 놓여 있다.
이러한 레거시(구형) 기술은 산업 장비, 자동차, 가전, 국방 분야 등에서 여전히 수요가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 관련 칩 부족 사태로 TSMC 워싱턴 매출은 2022년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공급 과잉으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크인사이츠 댄 허치슨 부회장은 TSMC 워싱턴이 다른 어려움에도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시작된 중국 보호무역 정책 때문에 미국에서 만든 저가 칩이 아시아 시장에서 고객을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TSMC 워싱턴이 모기업의 다른 터전들과 멀리 떨어진 작은 공장이라는 점이다. 큰 규모 공장 모둠 운영을 중요하게 여겨온 TSMC 전략과 어긋난다. 카마스 터 넓이는 총 260에이커로, 현재 첨단 팹이 바라는 터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실제로 TSMC는 최근 몇 년 동안 애리조나에 1000에이커 규모 최첨단 공장을 지었고 추가로 2개 넘게 계획하고 있지만, 카마스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앞으로 전망에 대해 TSMC는 여전히 일부 설비 개선과 기술자 채용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큰 규모 투자나 첨단 공정 도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생산량 축소나 다른 지역 이전 가능성도 나온다.
미국 안 생산의 구조 한계도 지적된다. 인건비, 규제, 공급망, 사회기반시설, 노동조합 등 여러 면에서 대만보다 비효율이라는 평가가 많으며, 현지에서 첨단 공정을 도입하고 크게 넓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여긴다. 실제로 TSMC 본사도 미국 안 애리조나 공장 등에서 큰 규모 적자를 보고 있으며, 장기 수익성에 대한 물음이 나오고 있다.
◇ "그래도 필수 기술"…고립 공장의 미래는?
지난해 실적 급락에도 TSMC 워싱턴은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나 온세미가 올해 한 큰 규모 감원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칩은 그레셤 공장 노동자들을 1년 넘게 간헐적으로 일시 쉬게 하고 있다.
테크인사이츠 댄 허치슨 부회장에 따르면 TSMC 워싱턴 문제는 현재 산업 침체보다 뿌리가 깊다. 모기업의 세계 공장망에서 동떨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TSMC가 생산 물량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팬데믹 때 칩 부족과 현재 무역 전쟁은 세계 곳곳에 팹을 나눠 두는 일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허치슨 부회장은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이 카마스 공장에는 오히려 좋게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그는 TSMC 워싱턴이 낡은 기술을 쓰지만, 해당 칩들이 결코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치슨 부회장은 "어떤 사람들은 이를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부른다"며, "이 칩들은 자동차, 통신 장비, 산업용 도구의 기본 기능을 다루는 데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TSMC 워싱턴(포틀랜드 공장)은 TSMC의 세계 호황과 대조적으로 구형 기술에 머무른 채 산업 안 구조 한계, 시장 변화, 미국 내 환경 제약 등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SMC가 첨단 공정과 대규모 투자를 본사(대만)와 일부 국외 거점(애리조나 등)에 집중하면서, 포틀랜드 공장은 '꼭 필요하지만 낡은' 기술을 담당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팬데믹과 미·중 무역 갈등을 거치며 생산시설 분산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장기적으로 생산 효율과 시장 수요에 따라 이 공장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형 칩이 자동차, 산업, 국방 등에서 여전히 중요하게 쓰인다 해도, 첨단 반도체 시장과는 다른 성장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