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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금리, 20년물 입찰 부진에 급등...10년물 수익률 4.6%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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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금리, 20년물 입찰 부진에 급등...10년물 수익률 4.6% 돌파

세제 개편 우려·수요 위축 신호에 불안감 확산...30년물 수익률 5% 돌파
2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2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새로운 세제 개편안이 재정 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21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

지난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재정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며 국채 매도세로 이어졌다.

미국 국채 기준물인 10년물 수익률은 뉴욕 시장 후반 12.6bp(0.126%포인트) 급등한 4.607%에 거래됐다. 초장기물인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약 12bp 상승한 5.09%를 기록하며 이번 주 들어 두 번째로 5%를 넘어셨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4bp가량 상승한 4.01%를 기록했다.
이날 20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부진하게 나온 점도 수익률 급등을 견인했다.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국채는 저조한 수요로 5%의 쿠폰 금리로 발행됐다. 이는 해당 만기물이 2020년 다시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장기물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고 증시와 미국 달러화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트리플 약세’ 국면을 연출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20년물 국채의 부진한 입찰 결과가 추가적인 가격 하락 흐름을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주 전반에 걸쳐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작된 흐름이며, 그 배경에는 재정적자와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위축될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美 예산안 협상 주목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회의 예산안 관련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은 주·지방세 공제 한도 축소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지출 규모에 우려를 표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고 최종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백악관도 공세 수위를 높이며 이날 공화당을 향해 감세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오는 27일 '메모리얼 데이' 이전에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미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가운데, 수조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티브 므누신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경제포럼에 참석해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예산 적자가 무역 적자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면서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미국이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재정 건전화"라고 강조했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마크 헤페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투자자 메모에서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직후에는 미국 국채 시장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으나, 4월 말 이후의 예산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수익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안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36조 달러 규모 국가채무에 수조 달러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채 발행 확대를 유도해 채권 시장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는 지난 19일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미국 국채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에서도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미국 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 급등은 주식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이날 일제히 1% 넘게 급락했다.

밀러 타벡의 매트 말레이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금리가 높아지면 지금처럼 고평가된 주식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이는 결국 주식 시장에 새로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